[필동정담] 재난문자 폭탄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삑~ 삑~ 삑~ 정체 모를 알람이 요란하다. 모든 스마트폰에서 울리기에 가족이 많은 집은 더 놀란다. '너무 시끄러워 전쟁이 난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9일 새벽 1시 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기상청이 보낸 재난문자에는 '낙하물로부터 몸 보호, 진동 멈춘 후 야외 대피하며 여진 주의'라고 쓰여 있었다.
같은 날 낮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문자를 보냈다. '12:20~13:20 사이 미국 인공위성 잔해물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으니 외출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뭐지? 민첩하게 움직이라는 건가?' '대체 한반도 어디에 떨어진다는 거지?'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날 재난문자 검색량은 최근 2년 새 최대를 기록했다.
재난문자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지진이나 화재 발생을 널리 알려 소중한 생명을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수십 통인들 대수겠는가. 문제는 하루에도 몇 건씩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다 보니 국민들에게 '스팸'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재난문자 검색량이 급증한 날에는 '재난문자 알림 끄기' 검색어도 함께 폭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말 목숨을 좌우할 문자도 알림을 꺼놔서 못 받을 판이다.
너무 많은 곳에서 재난문자를 보낸다는 생각도 든다. 행정안전부· 환경부 같은 중앙부처와 서울시·강원도청·충북도청 같은 시·군·구청, 경찰청·식약처·소방재난본부·도시철도공사 등에서 별별 문자들이 다 온다. 칼럼을 쓰면서 지난 4년여간 받은 재난문자를 세어보니 2590개나 됐다. 하루에 1.7건꼴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에는 확진자 1명만 나와도 문자를 보냈으니 그럴 만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인가.
재난문자의 정식 이름은 안전안내문자다. 진정 '안전을 위한 안내'라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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