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서 우주정거장까지, 저비용 로켓 발사법 뜬다

홍아름 기자 2023. 1. 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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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오비트, 위성 공중발사 시도
돌팔매, 스프링 등 발사법 다양
소형위성에 적합, 군사용도 유리
영국의 우주개발업체 버진 오비트가 2019년 7월 2일 처음으로 시험 발사한 항공기 '우주소녀'와 로켓 '론처원'의 모습./버진 오비트, Greg Robinson

영국 버진 그룹의 계열사 버진 오비트가 지난 9일 오후 10시(현지 시각, 한국시간 10일 오전 7시) 대형 항공기에서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 ‘론처원(LauncherOne)’을 공중 발사했다. 서유럽에서 발사하는 첫 인공위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발사 직후 로켓 엔진에 문제가 발견되면서 지구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버진 오비트는 로켓 발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기상이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로켓을 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적 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위성 발사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위성이 소형화되면서 돌팔매처럼 뿌리거나 항공기에서 공중 발사하고, 우주정거장이나 다른 위성에서 스프링으로 밀어내는 방법도 개발됐다.

◇ 기상, 장소 제한 없는 로켓 ‘공중 발사’

공중 발사는 하늘에서 로켓을 발사해 중력을 벗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그만큼 연료가 적게 들고 비용도 준다. 론처원의 1회 발사 비용은 2억~3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대기권 위에서 로켓을 발사하기 때문에 눈이나 비 같은 날씨의 영향이 적고 장소 문제도 없다.

버진 오비트는 2019년 7월 보잉-747기를 개조한 ‘우주 소녀(Cosmic girl)’의 왼쪽 날개에 로켓 ‘론처원’을 장착하고 이륙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2021년 1월 미국에서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소형위성 10기를 목표궤도에 올린 것을 비롯해 모두 4차례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보잉 대형 여객기 날개 안쪽에 소형 위성을 실을 수 있는 우주로켓 ‘론처원(LauncherOne, 점선 안)’이 장착된 모습./버진 오비트

공중 발사는 항공기가 일정 높이 상공까지 가서 로켓을 투하하고, 다시 로켓이 엔진을 점화하는 식으로 단계가 복잡하다. 무게 제한도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비행기를 더 크게 만들 수 없어 실리는 무게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런처원에 들어갈 수 있는 위성은 무게가 최대 100㎏ 정도인 소형이다. 그럼에도 이미 룩셈부르크, 호주, 일본 등이 버진 오비트의 공중 발사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회 CES 방문단은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롱비치에 있는 버진 오비트 본사를 방문해 공중 발사 기술 이전을 논의했다. 버진 오비트의 한국 협력사 제이스페이스홀딩스의 민봉기 대표는 “2024년 첫 시험 발사는 버진 오비트의 기술을 이용하지만 2030년까지는 독자적인 발사 기술을 확보해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핀런치에서 사용하는 가속기의 모습. 배경으로는 지상으로부터 100㎞ 높이의 궤도를 이르는 '준궤도(suborbital)'와 '지금까지 지어진 것 중 가장 큰 진공 공간(largest span vacuum chambers ever built)'라는 말이 적혀있다./스핀런치 홈페이지 캡처

◇ 새총으로 조약돌 날리듯 ‘돌팔매 발사’

2015년 설립된 미국 우주개발업체 스핀런치는 로켓을 원 모양의 궤도로 돌리다가 발사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우리가 아는 투포환의 원리와 비슷하다. 이 방식은 마치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해 ‘돌팔매 발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핀런치에서는 50m 높이에 있는 지름 30m 크기의 회전 장치를 사용한다. 사람이 50m 높이에서 15m 길이의 끈을 잡고 투포환을 하는 것과 같다.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공 상태에서 로켓을 빠르게 돌리다가 세로로 세워진 원통으로 발사하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돌팔매 발사 방법은 연료 엔진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이 적게 드는 친환경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스핀런치는 “전기를 이용해 로켓을 가속하기 때문에 로켓의 지상 발사 대비 연료는 4배, 비용은 10배 감소한다”며 “하루에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발사 방식을 시험하는 단계다. 스핀런치는 2021년 10월 22일부터 200㎏급 위성을 준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가속기를 가동한 이후, 지금까지 10차례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오는 2025년부터 위성 발사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나노랙스 로봇팔이 미국 플래닛랩의 지구관측용 큐브위성을 우주로 사출하는 모습./NASA

◇ 모선에서 스프링으로 사출되는 ‘큐브위성’

큐브위성 또는 큐브샛은 정육면체 모양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뜻한다. 가로, 세로, 높이 10cm인 유닛의 개수에 따라 손바닥 크기에 무게가 1㎏ 남짓한 경우부터 상자만한 10㎏ 짜리까지 다양하다. 1000㎏에 달하는 대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에는 2000억~3000억원이 필요하지만, 큐브위성은 작은 크기 덕분에 발사 비용이 1억~2억원에 불과하다.

큐브위성은 기존 로켓으로도 저렴하게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지만, 우주선이나 대형 위성에 합승하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우주에 진입한 뒤에는 원하는 지점에서 모선의 스프링에 밀려 사출되고, 자유롭게 우주를 탐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나사가 2021년 발사한 우주선 ‘다트(DART)’에 실린 ‘리차큐브(LICIACube)’가 있다.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위성으로, 다트가 소행성과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보내졌다. 리차큐브는 9월 10일까지 다트에 있다가 충돌 직전인 11일 스프링에 밀려 사출됐다. 지난해 6월 누리호가 발사한 성능검증위성도 우주에서 대학들이 개발한 큐브위성 4기를 사출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큐브위성을 사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미국 나노랙스(NanoRacks) 사는 큐브위성을 우주정거장에서 사출해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20년 말까지 200기 이상의 큐브위성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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