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3 CES에서 만난 최첨단 바이오기술

2023. 1.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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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경계가 사라지는 곳에서, 상상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간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3'을 참관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이번 CES에서 바이오기술을 만났기 때문이다. 필자는 시카고대학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 및 박사 후 연구원을 거친 후 1982년에 카이스트(KAIST)로 귀국했다. 1992년부터는 바이오 메디컬 워크숍(Bio Medical Workshop) 프로그램을 만들어 의사(MD)들을 분자생물학 세계로 안내하는 일에 집중했다. 생명과학과 의학이 만나는 경계선인 의과학이 매우 중요한 분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년간 1200여 명의 의사들이 유전공학기술을 경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계속된 노력의 결과, 현재 우리나라 의과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했는데 최근 여기에서 의과학과 공학의 경계마저 허무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필자도 이번 CES 2023을 방문하기 전까지 '전자'는 다른 세상이라 여겼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CES는 가전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다. 이전까진 CES와 바이오 분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CES에서는 '디지털 헬스' 분야가 신설되고 '헬스테크'가 5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주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상당수의 제약·의료기기 기업들이 참여해 기대 이상의 기술을 선보였다. 헬스테크 분야에 전시된 제품의 주류는 복합적인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디바이스와 인공지능 기술을 연계해 이용자의 특정 질환에 대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서비스였다.

생명과학자들의 시각에서 최첨단 바이오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은 여전히 고위험·고비용의 영역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다른 분야와 연결해 제품화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드넓은 CES 전시장에서 너무나 쉽게 우리나라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던 덕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3100여 개 기업이 출전했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총 550개사, 그중 스타트업이 350개였다.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올해 우리나라 기업의 CES 혁신상 수상 숫자도 역대 최다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짧은 기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에 성공한 나라다. 필자는 그 50년 동안의 과정을 모두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이면서, 또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결과에 어쩌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기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이번 CES는 '잘사는 대한민국'을 꿈꿔왔던 우리나라가 이제부터는 '혁신하는 선진국'에 도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어 무척 벅찼다.

또 기업뿐 아니라 관람객 중에도 한국인이 상당히 많았다. 대학과 연구기관,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도 참가했다. 특히 포스텍은 3학년 학부생 181명을 인솔해 현장을 찾았다. 학생들이 그 어떠한 수업 못지않게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혁신과 도전에 대한 동기 부여의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그 학생들이 과학기술계를 비롯하여 사회 주역으로 활동할 시기의 대한민국이 무척 기대된다. 2023년, 많은 사람들이 학문과 연구의 영역에서 경계를 더욱 허물고, 더 큰 상상과 많은 도전을 하길 바란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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