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당대표 출마할 결심? 나경원, 저출산委 사의
오전 친윤 이철규 만난뒤 사의
출마 여부엔 아직 신중 모드
친윤 압박 되레 출마자극 가능성
친윤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으로부터 사실상 ‘불출마’ 압박을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사실상 당 대표 출마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부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4일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에 위촉했다. 약 3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놓은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 정책 기조와 정반대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친윤계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이 출마한 상황에서 친윤 표 분산을 우려한 견제라는 해석이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율 1위인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전당대회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의 표명으로 나 전 의원이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일단 직을 내려놓았으니 출마 여부에 대해 더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라면서 사실상 출마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아마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긍정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시내 호텔에서 비공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당대표 출마 관련 질문에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 의원은 “본인이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인 오전까지도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을 압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 공직을 맡으면서 당직을 같이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만약 당직 도전하려면 정무직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나 부위원장의 당권 불출마를 압박했다. 김영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국민의 촉망을 받는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헌신과 겸허한 마음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국민에 대한 충성,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대한 헌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정재 의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정치는 상식 수준에서 해야된다”며 “내가 곧 출마할 것 같으면 자리를 받지 말았어야 하고, 자리를 받았으면 충실히 해야 된다”고 나 부위원장을 비판했다.
친윤 그룹에선 이런 압박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선언 결말으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나 나 전 의원의 사표 결정으로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날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촉구했던 국민의힘 청년지지자들은 11일 다시 한 번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공지 문자를 통해 “나 전 (원내)대표님이 배수의진을 쳤다. 급작스럽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회원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당분간 잠행하며 여론과 정치권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2~3일인 후보 등록기간까지 아직까지 시간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 출마가 현실화 되면 전당대회 구도는 요동치게 된다. 현재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만 기준으로 볼 때 친윤계 단일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비윤계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 양강 구도 상황에서 3파전이 유력하다. 문제는 1대1 대결이 예상되는 결선투표인데 나 전 의원과 맞대결을 김 의원이 할 경우, 당원이 많은 수도권과 TK지역에서 나 전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해석이 많다.
반면 김 의원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벌써 김기현 지지율은 압도적”이라며 “김기현 고유의 지지율이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마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친윤, 비윤 어느 쪽으로도 위치를 잡기가 애매하단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 성공을 위해 대통령과 원팀으로 갈 수 있는 당 대표를 밀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실에선 나 전 의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나 전 의원이 비윤 후보로 방향을 잡을 수도 없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대통령실과 당에서 퇴로를 열어주면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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