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철거된 尹정부 풍자작품, 작가들이 직접 설명했다 [이슈+]
작가들이 직접 밝힌 이번 작품 의도와 설명
‘최고 권력’ 尹 대통령 부부 주요 풍자 대상
10·29 참사, 정부 무능·부패 지적한 작품도
장상일 다큐멘터리 감독은 ‘굿바이전 in 서울展’ 개막일인 지난 9일 새벽 5시쯤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난 1년 예술작가 30명이 공들여 만든 작품 80여점이 모두 뜯겨나간 채, 그림 걸개만 앙상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었다. 다시 오전 8시쯤 전시장 분위기를 찍으러 다시 현장을 찾은 장 감독은 출입데스크에서 “굿바이전 행사관계자들은 더이상 출입이 허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발을 돌려야 했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10일 세계일보에 “자기 아이가 납치된 엄마의 심정”이라며 “전시장에서 작품을 건들기만 해도 소송당하거나 경찰에 끌려가는 일도 있다. 작가 작품을 작가에게 말도 없이 철거한 것은 아이를 납치한 것 이상으로 충격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고 교수는 “윤석열, 김건희를 그리기만 해도 알아서 설설 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그 두 사람은 개인이 아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일하는 일꾼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어준 뉴스공장(벙커1카페)에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A씨는 “지난 주말부터 전시를 주관한 민형배 의원실 등으로 국민의힘 측에서 항의가 빗발쳤다”며 “오프닝부터 소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게 기습 철거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이 큰 용기를 내 시작한 전시이고, 처음 전시 제안서에도 분명히 윤석열 정부에 대한 풍자 전시라고 명시하고 승인까지 났는데 어이가 없다”고 했다.
◆작가들이 직접 밝힌 작품 설명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그 경계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하지만 내용 때문에 작품이 전시되지 못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조차 억눌리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다. 세계일보는 10일 이번 전시를 주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그리고 작가들에게 직접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사무처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던 윤석열 정부 풍자 작품들을 철거한 일을 놓고 정치권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앞서 전시 허가를 내줬던 국회사무처는 전날 오후 7시쯤부터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국회사무처 내규를 들어 전시작품의 자진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동작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철거했다”며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풍자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배우자를 비방하는 전시회를 국회에서 주최하려 했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정신 파괴를 자행하려는 민주당 세력을 강력 규탄한다”고 맞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 “저질 전시회”라고 깎아내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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