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예금 5배 늘었는데”…보호 한도는 20년째 ‘요지부동’[머니뭐니]

2023. 1.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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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 20년간 5배 상승에도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은 그대로
예적금 쏠림 현상 이어지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요구 계속
금융당국, 올해 중 개선안 마련 계획했지만
보험료 상승에 따른 업권 내 반대 계속
서울 한 상호금융의 광고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역(逆)머니무브’ 바람으로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금자보호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01년 현행 예금자보호한도가 적용된 이후 예금 규모는 약 5배, 1인당 GDP는 3배가량 성장했지만 한도는 여전히 5000만원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중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반대하고 있는 데다, 입장 차도 커서 관련 논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자보호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국가에서 예금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보험법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금융사는 은행·저축은행·종합금융사 등이다. 새마을금고와 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사의 경우 자체 기금을 통해 예금자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보장의 범위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인당 5000만원이다. 그러나 금융사마다 한도는 따로 적용된다. 즉, 여러 금융사에 각각 5000만원(원금+이자)의 예적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예적금 등 원금 보장형 상품에 대해서만 보장되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예금자보호한도 20년간 ‘제자리걸음’…예금은 5배, 1인당 GDP는 3배 상승해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원화예금은 총 1967조2900억원으로 5000만원의 예금자보호가 시작된 2001년 1월(398조7882억원)과 비교해 약 5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경제 발전에 따른 금융시장의 성장으로 예금자보호의 대상은 늘었으나, 예금자보호한도는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2000만~5000만원이던 업권별 한도는 1997년 통합됐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2000만원의 한도가 적용됐으며, 2001년 상향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5000만원의 한도가 보장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는 보호되는 예금의 규모뿐만 아니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러나 지난 2001년 1인당 GDP는 1만1563달러에서 2021년 3만2984달러로, 약 3배가량 상승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는 이유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광고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쏠림 현상이 계속되며,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6~7%에 달하는 정기예금 금리를 내걸며 자금 확보에 주력했던 저축은행을 향한 우려가 크다. 대출 둔화 및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건전성 악화 신호가 나타나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예금자보호한도를 넘는 저축은행 거액예금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으로, 2020년 3분기(17조2000억원)와 비교해 약 15조3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권에서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금이 30조원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올해 개선안 마련한다”…‘보험료’ 상승 우려한 금융사들 반발 계속

이에 따라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려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또한 올해 8월까지 한도 조정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연합]

그러나 금융권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예금자보호 재원이 금융사가 내는 예금보험료로 충당되는 탓에, 한도 상향 시 예금보험료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0.08%), 보험사(0.15%), 금융투자사(0.15%) 등 타 업권에 비해 높은 예금보험료율(0.4%)을 적용받는 저축은행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보험료율 재산정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은행들은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될 시, 상대적으로 수신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권으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곧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될 시 수혜를 받는 것은 주로 고액 자산가들인데 되레 혜택이 없는 서민층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최근 예적금의 규모와 고객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만큼,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금융당국이 논의 단계서부터 보험료 비용 부담의 주체를 명확히 해, 소비자들에 관련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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