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세 사기에 피말리는 2030···보증보험 미가입자들 ‘분통’

심윤지 기자 2023. 1.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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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국토교통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모인 전세사기 피해자 80여명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소득 수준이 낮아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 주택을 첫 주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청년·신혼부부가 최근 ‘빌라왕’ 사고 등 전세사기의 집중 피해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은 피해자 임모씨(28)는 “정부가 지원하는 1%대 저리 대출은 이사를 갈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면서 “현재 집에서 이사를 가지 않고 대출 연장 시 금리가 배 이상 뛰는 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물어보려 왔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세보증금 임차인 설명회를 열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1차 설명회를 가졌는데, 반환보증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이날 2차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애타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은 피해자들과 달리 국토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은 피해자들의 전세자금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연 1%대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계약만료로 머물 곳이 없는 피해자들에겐 긴급 거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문모씨(43)는 “HUG보증보험 미가입자를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기에 회사에 반차를 내고 왔는데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또다른 피해자는 “(나는)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가입절차를 밟는 도중에 임대인이 죽었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보증보험 미가입자는 임차인 스스로 지급명령 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해 집행권원을 받은 후 강제집행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빌라의 경우 경매에서 낙찰이 여러 차례 유예되면 보증금의 절반도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순위로 각종 체납세금이 있을 경우 후순위 세입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증금은 더 줄어든다. 게다가 전세사기에 활용된 대부분의 빌라들은 집값보다 보증금이 더 비싼 ‘깡통전세’다.

HUG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미가입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령 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국토부 발표자료를 촬영하거나 녹화하고 있다. 심윤지 기자

한편 이날부터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해 사전심사제도가 본격 운영된다. 기존에는 임차권 등기가 완료된 후에 HUG에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보증이행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전심사를 거치면 임차권 등기 이전에도 보증이행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증금 지급기간이 1~2개월 가량 단축될 수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러 절차를 개선하겠다”면서 “법무부와 함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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