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것 없으니 운세라도”…‘비대면’ 운세보기에 빠진 2030

권효중 2023. 1.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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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데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좋은 얘기를 들으면 좋아하고,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안 믿으면 그만이죠. 그냥 재미로 한두 번 보기 괜찮아요."

연말연시, 사람들이 즐겨 하는 연례행사 중 하나가 '새해 운세' 알아보기다.

특히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새해 운세 점치기가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활성화된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운세 보기'를 하나의 놀이로도 즐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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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맞아 ‘비대면’으로 사주·타로 등 새해 운세
“가격 더 저렴…부담 없고 편해”
사주·타로 노점들도 ‘전화 상담 서비스’ 병행
“위안 얻고 싶어하는 젊은이들 많아”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새해인데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좋은 얘기를 들으면 좋아하고,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안 믿으면 그만이죠. 그냥 재미로 한두 번 보기 괜찮아요.”

10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앞 사주·타로 거리의 모습 (사진=권효중 기자)
연말연시, 사람들이 즐겨 하는 연례행사 중 하나가 ‘새해 운세’ 알아보기다. 특히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새해 운세 점치기가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활성화된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운세 보기’를 하나의 놀이로도 즐기는 모습이다.

계약직 만료를 앞둔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심란한 마음에 새해 운세를 봤다. 이씨가 이용한 건 전화를 통한 운세상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 등을 말해주고, 5만원을 내면 30여분간 ‘선생님’이 새해 운세를 풀어준다. 이후엔 궁금한 사항을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다. 이씨는 “선생님이 연말연시엔 바쁘고, 기도를 하러 산에 들어갈 때도 있다고 해서 예약을 잡기 힘들다”며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직장이나 연애 등 궁금한 걸 물어봐도 민망하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화를 통한 운세상담만이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통한 메시지(DM) 상담,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운세상담 방식도 다양해졌다. 실제로 SNS에는 ‘사주 후기’는 물론, ‘새해맞이 타로’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타로의 경우 하나의 질문당 3000~5000원가량으로 가격이 형성돼있어 오프라인 가격인 1만~3만원보다 낮아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하다.

타로·운세 노점들도 전화 서비스 등을 병행하고 있다. 10일 오후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앞 타로 거리의 타로, 운세 노점에는 ‘전화 상담 가능’ 등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타로 상담사 C씨는 “아무래도 장소가 좁다보니 전화로 상담하는 게 코로나 감염 위험도 적고 더 편할 것”이라고 했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운세 보기는 대부분의 2030세대들에게도 보편적인 경험이다. 실제로 지난 2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아르바이트생 548명 중 63.5%가 사주, 타로, 별자리 등 운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운세를 보는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호기심(64.1%), 재미(52.9%)를 꼽았다. 4050대 사업주들이 ‘사업, 인간관계, 가족 등에 대한 걱정·고민(47.9%)’을 이유로 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젊은 세대는 운세를 통해 재미는 물론, 위안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A(24)씨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타로 상담사에게 해외 유학과 취업 등을 물어본 적이 있다”며 “내 신상을 드러내지 않고 질문을 할 수 있고 민감한 질문 등도 가능해 친구들 등을 통한 일반적인 고민 상담보다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타로 점을 봤다는 새내기 공무원 B(28)씨는 “시보 기간이 너무 힘든데 주변에 다 털어놓기도 부담스럽고, 그냥 막연하게라도 ‘잘 될 거다’라는 위안을 얻고 싶었다”고 했다.

건대 인근에서 30여년 동안 ‘타로와 사주 점’ 가게를 하고 있는 여성 D씨는 “술에 취해 있으면 점을 봐줄 수 없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온다”며 “진짜 궁금한 게 있다기보단 고민이 많고, 누군가 들어주길 원해서 그런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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