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지방시대의 청년과 대학
(서울=뉴스1) =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위기, 고물가와 고금리, 부동산 경기의 급속한 추락과 경기침체 우려, 더욱 심해지는 초저출산의 늪,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높아지는 남북 간 긴장감 등 어수선하고 불확실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설렘은 고사하고 무겁기만 하다. 이러한 시기에 새해 첫날 발표하는 대통령의 신년사는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올해 대통령 신년사를 살펴보면 미래를 위한 개혁으로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을 제시하였는데, 이 중 교육개혁의 경우 고등교육의 혁신이 지방의 위기를 타개하는 해법으로도 제시되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즉,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시키는 교육개혁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과 지방인구의 위기는 사회적 관심사이며 국가적 의제로 부상하였다. 최근 지방에서의 청년 유출은 지역의 인구감소와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유출은 지방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의 청년가구 이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전입신고서에 기반한 인구이동통계를 기준으로 시도간 인구이동 패턴을 살펴본 결과 청년층(20-39세)이 전체 수도권 이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해 수도권 지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을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20-24세 청년 가구의 수도권 유입이 2011년 10만7000여 가구에서 2021년 19만6000여 가구로, 25-29세 청년 가구는 2011년 29만9000여 가구에서 2021년 38만3000여 가구로 크게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청년인구 중 수도권 이동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25-29세로, 이들은 풍부하고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청년층의 수도권으로의 이동은 단순히 진학이 아닌 취업과 정착까지 염두에 둔 결과라고 상정하면, 청년층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지역적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은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을 완화하고 청년의 지역정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 지역으로의 청년 유출을 감소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태어나서 자란 지역에서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 후 취업이 가능한 여건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역이 주도적으로 특히 지역의 대학과 지역 산업 간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맞이한 지방인구 감소와 지방대학 고사(枯死)라는 동시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밀착형, 지역인재 양성 중심의 대학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인구유출의 사회적 이동으로 인한 '지방'의 위기와 지속적인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등장한 '대학'의 위기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에서의 대학이 생활-학습-일-문화 등의 지역 여건을 마련하고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지방대학이 건재하면서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인구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하려는 청년인구가 바로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진출하는 경향을 보이며 중간다리의 역할을 하던 중소도시가 위축되었다. 이러한 지방대학의 위기는 청년인구의 지역유출은 물론, 지역 일자리와 생활인프라의 부족, 저출생이라는 지역 위기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지방대학과 지역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지역산업구조를 둘러싼 환경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가속화되고 있는 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하는 지역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전략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대학의 고등직업교육기관 역할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 전환 등 산업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지방대학은 취업과 창업 등 교육서비스 수요자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콘텐츠 제공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육성에 힘쓸 필요가 있다.
또한 제4차산업혁명, 지식정보산업, 친환경산업 등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재 육성, 지역산업 일자리와의 연계, 지역 정착을 위한 생활인프라 확충이라는 선순환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기업과 대학 간 협력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자로서의 역할 분담을 전제로 한다.
지역사회의 학습과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지역대학의 몫이다. 학령인구 감소, 고령화 등 인구변화를 고려하여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대학연계형 은퇴주거단지(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가 활발하며 대학캠퍼스 내 고령인구 전용 주거시설을 설치하여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베이비부머의 활동적인 노화와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서 달라지는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2023년 1월1일부터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각종 특례를 담은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이 시행된다. 2023년에는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이 감소하고, 지방으로 오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희망하면서 올해가 새로운 지방시대를 여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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