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M&A 나선 우리금융…손태승 회장 속내는
손 회장 M&A 진두지휘…연임 의지 피력 초석?
우리금융지주가 새해가 밝자마자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 나서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내놓은 벤처 캐피탈(VC) 기업 다올 인베스트먼트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서다.
이번 M&A는 손태승 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손 회장이 그간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낸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다시 진두지휘하며 연임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 M&A 큰 손 이긴했지만…실속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다올투자증권은 VC 자회사 다올 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다올 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 총 1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최근 몇년새 M&A시장의 '큰 손' 노릇을 올해에도 이어가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회사 출범 이후 M&A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금융회사로 꼽힌다. 2019년 지주회사로 재출범한 이후 국제자산신탁(현 우리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 아주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 및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연이어 품었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적극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 기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 출범 당시 우리은행에서 나오는 순익 비중이 90%로 매우 높았다.
종합금융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 머쓱할 정도다. 통상 금융지주들은 은행 수익비중이 높아도 80%를 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은행 계열사를 적극 인수했지만 아직 이 회사들이 우리금융지주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은 업종의 회사를 주로 인수해서다.
게다가 우리금융캐피탈을 제외하고는 순익규모가 크지 않아 '캐시카우'로의 역할도 해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우리금융캐피탈은 1673억원의 순익을 냈다. 우리자산신탁은 55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14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손실을 기록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 득 될까
다올투자증권이 이번에 매각하려는 것은 보유하고 있는 다올 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전량(52.0%)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매각가격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데 약 3000억원 가량에서 논의중이다.
관건은 우리금융지주가 이정도의 금액을 들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사들일 정도로 가치가 있느냐다. 그간 사들인 비은행 계열사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의 효과가 나왔다고 보기 힘든 만큼 우리금융지주에게는 M&A에 나서기 이전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무리수'는 아니라는 평가다. 가격 역시 지나치게 과대평가 됐다고 보기 힘들고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통상 VC기업의 인수가격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본으로 몸값을 산정한 뒤 경영 프리미엄이 더해진다. 10일 기준 다올 인베스트먼트의 PBR은 통상 VC 기업 매각 기준인 PBR 1배보다 소폭 높은 1.21배다.
이날 다올 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3585원에 마감했다는 점과 PBR을 고려하면 다올투자증권이 매각하고자 하는 다올 인베스트먼트 지분의 가치는 약 2200억원 수준이다. 경영 프리미엄으로 약 800억원 가량이 더 붙어 있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다올 인베스트먼트는 우리나라 1호 벤처 캐피탈로 토스, 배달의민족 등에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최근 몇년 사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라며 "매력적인 VC 매물이긴 하지만, 최근 다올 인베스트먼트 주가 상승 요인이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풍문에 의한 것도 반영이 된 만큼 가격 협상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라고 짚었다.
인수 이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와 어떤 시너지를 낼 건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단 우리금융지주가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디노랩'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VC 기업의 인수는 미래 사업 육성과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비은행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이 한정돼 있지만 VC의 경우 좀 더 넓게 투자를 할 수 있다"라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자금까지 자유롭게 투입할 수 있는 VC를 자회사로 두면 이 부분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손태승 회장의 속내는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다올 인베스트먼트의 인수 또한 그간 M&A를 이끌어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손태승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줄곧 외쳐온 데다가 인수하기 적합한 매물도 나왔으니 외견상 보이는 문제는 없어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이번 M&A를 통해 연임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이를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 부터 라임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임기가 종료된 이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해진다.
오는 3월 우리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손태승 회장이 행정소송 등을 통해 징계가 적합했는지 따져보지 않으면 연임이 힘들다.
현재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손태승 회장에게 법적으로 징계문제를 따져보지 말고 사실상 용퇴를 주문한 상황이어서 손 회장은 물론 거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장고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급하게 비은행 계열사 매물이 시장에 나오자 손 회장이 발 빠르게 진두지휘에 나선 것을 두고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다올 인베스트먼트 매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허리띠 졸라매는 다올투자증권, '알짜' 다올인베스트도 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내 손태승 회장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고려하면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직접 챙기는 것은 연임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금융당국 중징계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카드가 남아있다"며 "우호 세력이 힘을 보태줘 오는 18일로 예정된 임추위에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다면 곧장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단 개인의 명예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으나 이는 곧 연임 시도와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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