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논란에도 누리호는 간다...'역할론' 강조한 항우연

강민구 2023. 1. 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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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하고, 누리호 발사 준비..고정환 본부장 설득 계속
항공우주청 신설, 민간 중심 우주개발 따른 변화 직면
2032년 목표 달착륙 이끌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1분기 시작
이상률 원장 "항우연도 가치 높이고, 사업 차질 없이 준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그간 연구원의 조직개편 관련 갈등으로 (국민들께) 송구하다. (발사 일정 때문에)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어 이달내 고정환 본부장을 설득하려고 한다. 현재 누리호는 오는 5월 발사를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SNIPE) 위성 등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1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상률 원장이 강조한 말이다. 조직개편 내홍을 겪는 항우연의 내부 문제를 서둘러 수습하고 누리호 반복발사,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국가 미래 우주 개발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2023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누리호 3차 발사와 우주항공청 출범을 통해 우주경제시대를 열기 위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우주경제시대 구축에 힘을 실어준만큼, 이를 이끌어야 할 항우연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항우연에 무슨 일이?

앞서 항우연은 지난해 말 국산 로켓 누리호 개발과 발사에 힘쓴 단일사업 전담 조직(한국형발사체사업본부)을 복수사업(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누리호 고도화사업 등)을 하는 발사체 분야 종합연구소(발사체연구소)로 개편한 바 있다. 팀조직(16개)을 폐지한 뒤 부 체제로 편성하고, 소속 부서 개발 업무를 조율하는 업무리더를 별도 지정하는 등 조직에 변화를 줬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항우연의 조직개편안은 누리호 개발 주역들의 반발을 샀다. 한국형발사체사업본부 소속 고정환 본부장과 부장 5명, 그리고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은 즉시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십여년간 쌓아왔던 발사체 사업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체제를 갑자기 바꾸는 건 위험성이 크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면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2011년 한국형발사체사업단(한국형발사체사업본부 전신)이 독립사업단 형태로 출범한 뒤 2013년 항우연내 조직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쌓였던 수년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독립사업단 체제 당시에 갖고 있던 인사권 등 고유 권한들을 뺏기게 되면서 항우연으로 흡수된 이후에도 조직간 갈등이 이어져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화되는 항우연의 내홍에 홍재학·장근호·채연석·이주진·김승조·임철호 등 항우연 원장들도 최근 호소문을 통해 “신속히 갈등을 수습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항우연이 갈등을 겪는 사이 대내외 우주개발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우주경제로드맵 발표,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립 등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상률 원장은 “2032년 달착륙과 2045년 화성 착륙 목표도 이뤄내야 하고,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하는 우주개발에도 적응해야 한다”며 “올해 우주항공청 설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항우연이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면서 더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누리호 발사 걱정 없어..다양한 임무 준비

올해 발사체 관련 가장 급한 것은 누리호 반복발사다. 항우연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4차례의 누리호 반복발사를 해야 한다. 오는 5월 3차 발사에 참여할 계획인만큼 고정환 본부장 등 누리호 발사체 개발 주역들이 마음을 돌려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우주경제로드맵에 따라 2032년 달착륙, 2045년 화성착륙을 위한 발사체 개발과 세부 과제 도출 등 작업도 시급하다. 과기정통부, 항우연이 고정환 본부장을 비롯한 발사체 전문가들을 계속 설득하는 이유다.

최환석 항우연 발사체연구소장은 “현재 누리호는 일정대로 가고 있으며, 11일에 누리호에 실을 위성 점검 회의를 하고, 3월말부터 발사운용조직을 구성해 발사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조직개편 이후에도 누리호 연구진 대부분이 발사발사체연구소에 남았고, 10명 남짓한 연구진만 희망한 조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발사 관련 준비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지난해 누리호, 다누리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은 만큼 앞으로 조직개편 갈등을 비롯한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4차 우주개발계획에 따른 대응, 누리호 반복발사, 차세대 발사체 발사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률 원장은 “누리호 개발과 발사만 하던 예전과 달리 누리호 반복 발사, 차세대발사체 개발, 소형발사체 개발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시점이고, 항우연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이달까지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항우연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쓰겠다”고 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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