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감독직 고사… '망신' 흥국생명, 감독을 구할 수 없다[초점]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김기중 감독이 흥국생명 감독직을 고사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의 감독직은 기피대상으로 전락했다.

흥국생명은 10일 "배구단 감독 선임과 관련하여 말씀드린다"며 "지난 6일 흥국생명배구단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으로 선임 발표된 김기중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흥국생명 감독 선임을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경질했다. 2위를 질주하고 있는 감독을 새해 시작과 함께 경질한 사태였다.

여기에 선수 기용에 관한 '윗선 개입' 의혹의 터졌다. 권순찬 감독이 지난 2일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여일 단장의 문자 지시 사항을 폭로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지난 5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로테이션 문제에 대해 의견이 안 맞았던 것으로 안다"며 "팬들은 전위에 김연경, 옐레나가 같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서로 엇갈리게 있는 것을 원했다. 유튜브에서 팬들의 의견이 나왔고 주변에서도 얘기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의견을 앞세원 감독의 고유 권한인 전술 기용 문제를 침범한 것이다.

그럼에도 신용준 신임 단장은 "개입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팬들이 원하는 것이고 우승을 하기위한 로테이션에 대한 조언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감독이 흥국생명에 올 수 있을까. 본인의 전술이 구단에 의해 개입받을 수 있는데, 지휘봉을 잡을 감독은 많지 않다. 팬들에게 '허수아비' 이미지만 심어줄 뿐이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지난 6일 김기중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발표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기중 감독은 지난 8일 IBK기업은행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김기중 감독은 10일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라며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고사했다. 흥국생명의 감독직이 어느새 기피대상으로 추락한 셈이다.

호기롭게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던 흥국생명. 그러나 비상식적인 사태로 인해, 감독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당분간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흥국생명을 지휘한다. 제대로 체면을 구긴 흥국생명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