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나경원, 대통령실 반응 살피며 당권 출마 '고심'

정윤아 기자 2023. 1. 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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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사의 표명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퇴로를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 관측
대통령실, 나경원 사의 표명을 받은 바 없다며 퇴로 차단…갈등 심화 우려도
사의 표명에 출마에 무게 둔 관측 나오나 대통령실 거센 반발에 결단 못 내려
저출산 대책, 정부와 엇박자 책임 인정하고 부위원장직 물러나 자중 시 기회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2.2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이 1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사의를 표한 만큼 출마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반대가 거세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며 전대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쥐더라도 윤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당 내 세력이 없는 나 부위원장은 사실상 '식물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저출산 대책에서 정부와 엇박자를 낸 데 책임을 지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기간을 지낸 경우 윤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개각 등을 통해 나 부위원장을 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0일 뉴시스 취재 종합결과, 나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위 민간위원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위원장은 같은 시간 서울 중구 모처에서 친윤계 이철규 의원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나 부위원장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바가 없으며, 해당 보도 이후에도 재차 확인했으나 김 실장은 들은 게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윤 대통령을 향해 퇴로를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출마를 고심하면서 동시에 대통령실의 압박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걸로 알고 있다"며 "사의표명은 대통령쪽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의 반응을 보고 출마선언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나 부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사의 표명에 대해 "대통령실에 심려를...(끼쳤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당심 지지도 1위를 기록하면서 연일 전국 당원행사에 참여하다 갑자기 지난 5일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 이후 잠행을 이어갔다.

나 부위원장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때문이다.

당심 지지도 1위를 업고 유력 당권주자로 부상한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초반 나 부위원장의 언론 발언으로 표면화됐다.

앞서 나 부위원장이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에 나가려면 자신의 직책을 대통령과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임명된 지 3개월도 안된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먼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조율'을 운운했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 5일 나 부위원장은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바로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나 부위원장을 비난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0.14. photo1006@newsis.com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통령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나 부위원장에게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으나, 나 부위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일까 해당 요구를 일축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연일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언론에 보도되는 가운데 나 위원장은 최근 잠행을 이어가며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견만 듣는 일정만 이어갔다.

최근 나 부위원장과 대화를 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나를 이렇게 사지로 몰면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느냐, 이 국면을 벗어날 탈출구를 (대통령실이)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출마 가능성을 엿보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출구 전략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나 부위원장이 10일 친윤계 이철규 의원과 회동을 한 이유도 출마 여부를 떠나 악화된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출마를 만류하는 친윤계 의원들과 원로들은 나 부위원장에게 "지금은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조용하게 본인의 거취를 정리(불출마)하고 전당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그때 가서 대통령실과 오해도 풀고 본인이 갈 수 있는 좋은 길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고 한다.

나 부위원장이 이날 한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도 대통령실에 '퇴로를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대통령실에서 사의 표명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히려 이번 사의 표명이 대통령실과 나 부위원장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해프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신호를 보낸 나 부위원장에게 퇴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궁지에 몰린 나 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판단해,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당권을 거머쥔다고 해서 실익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는 여당 대표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나 부위원장에겐 큰 정치적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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