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음에 갇힌 청춘에 건네는 위로…뮤지컬 '청춘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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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설레는 비행기 소리와 함께 나타난 여행 작가 오영원.
변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실제로 층간소음 피해자 카페에 올라온 사례들을 보며 이 문제를 너무 우스꽝스럽고 별거 아닌 문제로 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행을 가본 적 없는 여행 작가 영원은 실제 지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인물로 청년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세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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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듣기만 해도 설레는 비행기 소리와 함께 나타난 여행 작가 오영원. 여행기 '팩트 트립'을 연재하는 그는 이탈리아 어느 도시에 숨겨진 골목 속 맛집도 꿰고 있다.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짜릿한 여행담을 늘어놓던 그를, 난데없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찾는 확성기 소리가 방해한다.
정신을 차린 그를 둘러싼 현실은 30년짜리 낡은 빌라의 10평짜리 월세방. 거리 사람들의 술주정부터 물 내리는 소리, 차 소리, 옆집의 초인종까지 듣고 싶지 않아도 모든 게 들리는 곳이다. 이 방에서 그는 여행 한 번 가본 적 없이 꾸며낸 여행기로 식당과 가게들을 홍보하고 돈을 번다.
고질적인 사회 문제인 층간 소음을 소재로 청년들의 애환을 그린 뮤지컬 '청춘소음'이 지난 1일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코튼홀에서 개막했다.
극본을 쓴 극작가 변호진은 10일 코튼홀에서 열린 언론 대상 시연 행사에서 "최근 더 대두된 층간 소음 문제와 청년들의 고독사, N포 세대 등의 사회적 문제를 접목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종일 집에서 작업하는 영원의 윗집에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취업준비생 아름이 이사를 온다. 15㎝의 얇은 바닥과 천장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생활 패턴을 공유하게 된 둘 사이엔 오해와 갈등이 쌓이고, 유치한 복수극을 벌이기에 이른다.
작품은 건축법 개정 전에 지어진 오래된 집일수록 층간 소음에 취약한 점을 짚어내는 등 현실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10만 원짜리 망고 빙수를 먹으러 호캉스에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해야만 하는 취업준비생 아름의 모습은 '욜로족' 열풍에서 소외된 가난한 청춘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준다.
아름과 영원이 15㎝에 불과한 얇은 바닥을 공유해야 하는 처지를 한탄하는 곡 '당신과 나 사이'와, 보복 소음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점점 더 지옥으로 몰아넣으며 부르는 '다 뒤졌어' 등 현실적 문제들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변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실제로 층간소음 피해자 카페에 올라온 사례들을 보며 이 문제를 너무 우스꽝스럽고 별거 아닌 문제로 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행을 가본 적 없는 여행 작가 영원은 실제 지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인물로 청년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세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씁쓸한 주제를 다루지만 작품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각종 소음 속에서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깨닫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전한다.
연출을 맡은 우진하 연출은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는 소극의 형식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며 "현실을 사는 소시민이자 청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2020년 리딩 공연으로 출발한 '청춘소음'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작 지원 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 2022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에 선정되며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우 연출은 "창작산실과 같은 지원 사업이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중에 좋은 작품이 많은 만큼 해외 진출과 뮤지컬을 보러 오는 관광객 유치 사례도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연은 2월 26일까지.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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