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무덤 판 흥국생명, 차기 감독마저 이탈…구단은 뒤늦게 사과

난파선이 된 흥국생명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사령탑을 맡기로 발표한 현 선명여고 김기중 감독이 돌연 흥국생명 감독직을 고사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흥국생명 감독으로 선임 발표된 김 감독이 심사숙고 끝에 감독 선임을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10일 밝혔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당분간은 김대경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를 예정"이라며 "감독 선임에 있어 물의를 일으킨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너무 급작스러운 감독 선임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리그 2위를 달리던 중 선수 기용 문제로 구단과 충돌한 권 감독은 9개월 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지난 5일 "선수 기용 문제가 아니다"면서 "로테이션 갈등이 있었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기 후 팀의 리더 김연경은 신 단장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연경은 구단이 권 전 감독에게 특정 선수를 쓸 것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구단이 요구하는 로테이션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잠시 사령탑을 맡았던 이영수 감독 대행은 3연승이자 감독 대행 첫 경기 만에 팀을 떠났다. 그는 "자신이 있어도 상황은 똑 같다"며 사의를 전했다.

다시 사령탑을 잃은 흥국생명. 다급해진 구단은 다음날 곧바로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성급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나흘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생각보다 심각한 흥국생명 상황에 김 감독이 부담감을 많이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은 김 전 감독이 사령탑을 고사한 뒤 뒤늦게 임형준 구단주 등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 운영에 대한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리그 2위 흥국생명(승점47)은 오는 11일 인천 삼산체육관 홈에서 선두 현대건설(승점51)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로 맞붙는다.

CBS노컷뉴스 박기묵 기자 ace091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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