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연장전된 이재명 檢 출석…“이재명 구속” vs “김건희 소환”

김현우 2023. 1. 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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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원래 등산 약속갈 때나 모이는 곳인데."

10일 오전 9시께,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을 지나가던 주민 성모씨(33)가 혀를 찼다.

경기 성남 수정구 성남지청 인근은 야트막한 산이 있는 공원과 도합 200여 세대 아파트 단지 세 곳이 있는 주거지역으로, 평소엔 조용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약 200여명과 보수단체 200여명이 앰프와 차량을 동원한 맞불집회를 벌인 통에 난장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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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 성남 수정구 수원지검 성남지청 정문 입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검찰 소환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여기 원래 등산 약속갈 때나 모이는 곳인데….”

10일 오전 9시께,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을 지나가던 주민 성모씨(33)가 혀를 찼다. 경기 성남 수정구 성남지청 인근은 야트막한 산이 있는 공원과 도합 200여 세대 아파트 단지 세 곳이 있는 주거지역으로, 평소엔 조용한 곳이다. 이날은 달랐다. 아침부터 고성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약 200여명과 보수단체 200여명이 앰프와 차량을 동원한 맞불집회를 벌인 통에 난장판이 됐다.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보수단체 구호에 이 대표 지지자들은 “김건희를 소환하라”고 맞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건희 여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조작수사·표적수사 박살 내자”라는 이 대표 지자자들 구호에 보수단체는 “이재명을 박살 내자”고 맞불을 놨다.
10일 경기 성남 수정구 수원지검 성남지청 건너편 인도에서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 “대장동 주범인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피켓과 파란색 풍선으로 무장했다. 보수단체는 ‘피의자 이재명 검찰 출석’,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는 손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었다. 두 진영 사이에는 폭이 32m쯤 되는 차도가 전부였다. 혹시 모를 양측 충돌에 대비하고자 경찰은 경력 900여명을 배치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간혹 서로를 향해 욕설하거나 도발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남성이 ‘국회표 방탄복 판매 사기꾼용’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횡단보도를 건너오자 이 대표 지지자들이 즉각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출석을 약속한 시각인 10시 30분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 대표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공식등장 곡인 ‘나를 위해, 제대로’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인 민주시민촛불연대는 “우리 마음속의 진정한 대통령, 이재명 당대표 지켜 주실 거죠”라고 외치며 이 대표 응원에 나섰다. 반대편인 보수단체에서는 “오늘은 범죄 모의자 이재명이 검찰 조사를 받는 날이다. 이재명이 대장동 수괴이며 범인이며 주범이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19분쯤 성남지청 정문에서부터 성남지청 본관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150m가량 짧은 거리였지만 유튜버들과 취재진 등이 엉키며 15분가량 소요됐다. 10시37분쯤이 돼서야 이 대표는 포토라인에 설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 조봉암 선생을 거론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신군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과 검찰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노 전 대통령,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 살인을 당한 조봉암 선생처럼 자신에 대한 수사 역시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의 소환은 유례없는 탄압“이라며 “헌정사 최초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고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사법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경기 성남 수정구 수원지검 성남지청 건너편 인도에서 한 보수단체 참가자가 ‘국회표 방탄복 판매 사기꾼용’이라고 적힌 조끼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앞서 당 지도부는 이 대표 출석과 관련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성남지청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와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성환 정책위의장,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 30여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와 관련 당 내부에서부터 이 대표 방탄에 당이 전념한다고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당지도부 동행을 두고 “방탄 프레임을 더 공고히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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