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인사 더는 늦추지 말아야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김현아 2023. 1. 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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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정치권 일각의 반대 기류 속 임원 인사 늦어져
내부조직 흔들리는 부작용 방치하면 안 돼
권력 주변의 과도한 개입은 외국인 투자자들 불안감 키워
정부의 경제 회복 운용 기조에도 역행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김현아 ICT부 부장
구현모 KT 대표이사(CEO)가 임원 인사를 단행할까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옵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와 정치권 일각의 반대 기류 속에서 ‘임원 인사를 통해 연임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구 대표가 더는 인사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KT는 구 대표 회사도 아니고 국민연금 회사도 아니고 정치인 회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하게 발전해야 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통신 생활을 책임지고,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선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구현모 대표는 사장 직함으로 불리지만 KT를 포함해 50개 계열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5만 8000명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KT그룹의 경영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경쟁사들이 11월과 12월 초 인사를 마무리한 것과 달리, 아직도 인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사회가 지난해 말 구현모 대표를 차기 CEO 최종 후보로 결정했지만, 국민연금이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이리됐습니다.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KT 내부는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습니다. 올해는 경제가 팍팍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업 부서별로 새해 계획을 세우고 ‘함께 잘해 보자’는 의지를 다지긴커녕, 업무를 멈추고 멀뚱히 시간을 보내거나 일부는 ‘누가 차기 CEO가 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두는 상황입니다. 회사 업무는 등한시한 채 국회나 용산 근처를 배회하는 임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은 현 CEO 임기가 끝나는 3년마다 반복됐습니다. KT처럼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의 숙명일까요. KT나 포스코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그룹과 마찬가지로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가업을 승계하는 오너기업 체제가 아닙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스타트업 창업에서 출발한 기업도 아니죠. IMF를 계기로 정부가 지분을 팔아 전문경영체제를 꾸린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뀐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더십 교체기마다 심하게 흔들립니다. 이래서야 KT가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KT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구현모 대표는 임원 인사를 해야 한다”라는 전 KT CEO의 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KT의 임직원들은 흔들리지 말고 업무에 충실하면서 진심으로 KT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같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구 대표의 임기는 올해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죠. 이후 그가 또다시 3년을 이끌 차기 CEO가 되느냐와 별개로,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는 최대한 빨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T의 차기 CEO 선임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말이 나오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KT를 공기업으로 되돌려 한국전력처럼 적자 덩어리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과도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KT에 대한 권력 주변의 과도한 농간은 오히려 정부의 경제 회복 운용 기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계기로 작동할 우려도 있습니다. 대신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최근 신규 리포트를 내고 KT에 대해 투자 의견 ‘BUY’, 목표가 5만 2000원을 내놓았지만, 이런 증권가의 기대감과 달리 외국인들의 국내 기업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됩니다. KT의 10일 현재 주가는 3만 4250원입니다.

얼마 전 만난 스타트업 CEO는 “구현모 대표는 경영을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인데 정치권은 잘하는 사람을 맘에 드는 사람으로 바꾸려는 것 아닌가요? KT가 아무나 CEO로 와도 잘 할 수 있는 기업인가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과 ‘내 맘에 드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도 잘하고 맘에도 든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기업 CEO의 자격을 말하는 것이라면, 경영 능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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