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 100% vs -68%… “장기 투자·리밸런싱 관리해야”
서울 중구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이모(35)씨는 최근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을 보면 불안하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최근 들어 손실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씨는 “장기간 굴릴 생각으로 운용하고 있지만 당장 손실이 보이니 계속 불입하는 게 맞는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김모씨 역시 “지난해 초 퇴직연금용 펀드 상품에 가입했는데 1년간 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를 넘어섰다”고 푸념했다.
강세장을 보였던 증권 시장에 최근 냉기가 돌자, 퇴직연금 펀드를 굴리는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넣은 돈의 투자 성과가 나빠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통화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등과 같은 악재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장 심리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3개월간 퇴직연금펀드에서 1조131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불황에 장기투자 상품 인기도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를 운용할 때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증시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분산’·'적립’·'장기’ 투자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6~9개월 주기로 수익률을 점검하고, 성적이 부진한 상품은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하는 등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퇴직연금펀드 상품 수익률 극과 극… 두배부터 반 토막까지
퇴직연금펀드 상품의 운용 성적은 크게 엇갈렸다. 어떻게 운용하고 관리해왔는지에 따라 가입자의 연금 계좌도 극명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10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을 통해 9일 기준 1846개 퇴직연금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이날 기준으로 수익률이 100%를 웃도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손실률이 68%에 달하는 상품도 있었다.
전날 기준 최근 3년간 수익률이 높은 퇴직연금펀드는 현대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현대강소기업 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 펀드로, 3년 수익률은 100.06%로 집계됐다. 국내 강소기업에 투자하는 모투자신탁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경기· 위험선호도를 반영한 대형주, 중소형주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게 특징이다. 투자위험등급은 2등급(높은 위험)으로 분류됐다. 이날 오후 기준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은 -5.89%이고, 3년 수익률은 97.12%로 전날보다 내렸다.
그다음으로는 향후 인도의 대형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중소형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삼성인도중소형FOCUS증권자투자신탁(주식)▲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의 수익률이 70%대로 높았다. 단 이 상품들도 증시가 부진한 탓에 최근 1년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상품들은 인도에서 설립되거나 인도에서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 및 증권예탁증권(DR)에 최소 60% 이상 투자한다. 해당 펀드는 인도 연방 은행(Federal Bank Ltd) 인도계 다국적기업 바라트포지(Bharat Forge Ltd), 액시스은행(Axis Bank Ltd), 스리람 파이낸스(Shriram Finance Ltd), 인도 정부 전력부가 소유한 파워 파이낸스(Power Finance Corp Ltd), 인도 타이어 제조회사 씨아트(Ceat Ltd)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러시아와 중국 주식을 담은 펀드 상품은 직격탄을 맞았다.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 ▲KB러시아대표성장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C 등의 3년 누적 손실률이 -50%를 넘었고, ▲미래에셋차이나H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호(주식)은 -30%에 달했다. 국제 정세 변화와 각 정부의 경제 발전 정책과 인구 구조, 기업 경쟁력 등 경제 상황에 따라 해외주식형펀드의 희비가 갈린 것이다.
개인이 직접 굴리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퇴직연금 종류의 하나로 근로자가 재직 중 자유롭게 가입하거나, 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계속해서 적립·운용할 수 있다. 전체 적립금의 70%까지 주식형펀드나 ETF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30% 이상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연간 1800만원까지 납부할 수 있고 연 900만원(연금저축과 합산)까지 세액공제가 된다.
◇ “방치하지 말고 굴려라”… 상황 따라 TDF·TIF 구분해 고려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은퇴하기 전까지 꾸준히 적립·운용하는 상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긴 호흡을 갖고 장기 투자하고, 시점과 상품을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증시가 부진하면 수익률이 떨어져 장기 투자를 꺼리는 심리가 생기지만, 가격이 낮을 때 더 사고 높을 때 적게 사는 전략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게 적립식 펀드의 수익을 관리하는 기법이다.
단 투자 자산을 점검,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운용자금의 일시적 증가 혹은 시장 상황의 변경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 리밸런싱 작업도 필요하다. 막대한 손실을 막고, 미래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은퇴 시점이 아직 많이 남은 가입자는 얼마 남지 않은 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고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반대로 은퇴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가입자는 저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편을 일반적이다.
타깃데이트펀드(TDF)도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이다. TDF는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펀드로, 퇴직연금, 연금저축 상품의 핵심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은 “최근 흐름을 보면, 연금 적립기에는 TDF(생애주기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 상품으로 운용하고, 연금 인출기에는 TIF(타깃인컴펀드·소득 중심의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로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TDF 시장은 작년 11월말 설정액 기준 약 약8조3000억원 규모다. 목표 시점(Target Date)별로 살펴보면 은퇴를 앞두고 가장 적극적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50대가 주로 투자하는 2025년 빈티지 유형 설정액이 약 2조로 가장 규모가 크다. 그다음 2030년 빈티지 유형이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크고, 이어 30대가 주로 투자하는 2045년 빈티지 유형이 약 1조3000억 규모다.
업계에서는 TDF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디폴트 옵션 도입 등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TDF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나타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자산 배분)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TDF는 지난해 초 글로벌 증시의 조정에도 퇴직연금·연금저축 상품을 중심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펀드 유형”이라면서 “요즘 사회 트렌드에 맞게 젊은 세대들이 미리미리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윤희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 PB팀장은 “예전보다 예·적금 금리가 올랐다 하더라도 자산별·기간별로 배분하는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다”면서 “적금과 펀드, 국내·외 주식 등으로 자산을 배분해 굴려 키워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