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시험대에 든 이재명···‘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검찰을 규탄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로서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민심을 잡으려면 당과 이 대표를 분리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이날 수원지검 성남지청 본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자신에 대한 수사는 “정치검찰의 사법 쿠데타”라며 의혹을 부정했다. 그는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며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배경에는 무죄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가 기업 편의를 봐준 것과 성남FC 광고를 받은 것은 서로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FC 임직원들의 정당한 광고 계약을 관계도 없는데 서로 엮어서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식 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고비와 억지로 엮어 처벌하려 한다면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장들 중 자유로울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적었다.
‘당과 단일대오 유지’ 메시지 두고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 동원 비판도
민심 이반·당내 반발 막기가 과제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는 자리에 당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들 40여명을 대동했다. 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2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가 끝난 직후 성남지청 앞에서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주고 함께해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마중 나온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정태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야당 탄압이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당이 똘똘 하나가 돼서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을 동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한 번쯤은 (검찰에 출석할 때) ‘나 혼자 가겠다. 그러니까 아무도 오지 마라’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굳이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을 데리고 검찰에 출석해서 방탄 이미지를 굳혔어야 했나”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석 이후 사법 리스크는 더욱 노골화될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검찰이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구속영장을 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수사 자체가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이기에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부결되면 ‘방탄 프레임’은 당에 큰 정치적 부담을 지울 것이다.
게다가 검찰의 이 대표 수사 정국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검찰의 당대표실 압수수색, 이 대표 2차 소환 등 후속 대응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고비마다 검찰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표가 검찰의 2차 소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안마다 검찰 수사에 응할지는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제1 야당 대표 검찰 출석에 일단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지키기에 당력을 소진하다가 민심이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헛발질을 하고 여당이 아무리 전당대회를 앞두고 볼썽사나운 일을 해도 그 과실이 우리한테 돌아오지 않는 것은 방탄 프레임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알리바이를 대도 이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로선 검찰의 ‘함정 수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면서 방탄 프레임으로 인한 민심 이반과 당내 반발도 막아야 하는 난국을 만났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성남 |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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