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m 걷는데 15분…이재명 출석에 마비된 성남지청

지지자 "내가 이재명…3시간 걸려 응원왔다"
보수단체 "李, 법치 무너뜨려…규탄한다"
이재명 도착하자 뒤엉키며 일대 마비 되기도

10일 오전 10시 20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도착했다. 시민들이 뒤엉키면서 통행이 마비된 모습. 정성욱 기자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출석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은 진보와 보수단체간 장외전 무대였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성남지청 정문 앞으로 진보성향 단체인 민주시민촛불연대와 이재명지지자연대 회원 1500여명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나와 이재명은 정치 공동체", "이재명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이재명이다"라고 외쳤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출석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 진보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정성욱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이미옥(65)씨는 "이 대표가 억울하게 표적수사와 정치탄압을 당하는 것 같아서 힘을 보태기 위해 3시간 넘는 거리를 넘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FC가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지자체장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말살될 것 같다"며 이 대표 지지의사를 밝혔다.

왕복 12차선 도로 건너 반대편 인도에는 보수성향인 애국순찰팀과 자유연대 소속 회원들 900여명이 집결했다. 보수단체는 "이재명을 구속하라", "피의자 이재명"이라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출석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

박상규(61) 대한민국 헌법수호단장은 "이 대표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동에 대해 규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하는 말이 다 거짓말인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간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크레인에 연결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이재명을 지키자", "이재명을 구속하라"를 쉬지 않고 외쳤다. 때문에 집회 참석자들은 옆사람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이 견디기 힘든 듯 귀를 막고 지나가기도 했다.

오전 10시 20분 이재명 대표가 성남지청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지자 측은 "절대지켜 이재명", "진짜 대통령"을 외쳤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과 눈을 맞추면서 성남지청 언덕길을 올랐다.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뒤엉켰고, 이 대표는 150m 떨어진 조사실까지 향하는 데 약 15분이 소요됐다.

오전 10시 35분쯤 이 대표가 포토라인에 서자 일부 시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주변이 잠잠해지자 "자, 이제 조용해졌으니까"라면서 상의 주머니에서 입장문을 꺼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일부 시민이 "목소리가 작다. 쫄았습니까"라고 외치자, 이 대표는 말 없이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약 9분간 '검찰 쿠데타'나 '조작수사', '정권의 시녀 노릇' 등 공격적인 단어들을 배치하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후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한편 경찰은 안전문제 등에 대비해 경력 1천명을 배치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 조사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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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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