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침수됐지만 …'경영안정자금' 덕분에 재기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3. 1.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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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캔 제조 '두리씨엔에스'
태풍 힌남노로 20억원 피해
발전기·모터·원재료 침수
중진공서 10억원 긴급 수혈
공장 복구해 한달만에 재가동
거래처들도 위기극복에 큰 힘
박병갑 두리씨엔에스 사장은 생산공장에서 누룽지를 구워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두리씨엔에스】

페일캔(Pail Can) 공장 2층에서 누룽지를 구워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있다. 1999년 설립된 두리씨엔에스(대표 김이현) 얘기다. 두리씨엔에스는 드럼캔에다 운반이 편리하도록 손잡이를 달아놓은 페일캔 제조 전문기업이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생산공장에 캔 제작에 필요한 최신형 기계 설비를 갖추고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정확한 날짜에 납품하면서 신뢰를 쌓아 고정 거래처를 늘려왔다. '행복한 세상 만들기'라는 대표의 경영철학 아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2021년 기준 매출 80억원을 달성했다.

두리씨엔에스는 지역과 상생할 방법을 고민하다 누룽지를 만들기 시작했고,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50대 이상 여성을 직원으로 채용해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만든 누룽지는 매달 경주의 23개 읍·면에 있는 노인정, 취약계층 가정으로 배달되고 있다. 누룽지 구매를 원하는 요청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온라인 판매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룽지 제조의 목적은 이윤 추구가 아닌 나눔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두리씨엔에스에 큰 위기가 닥쳤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어닥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공장 근처 배수로가 터져 사무실과 창고, 공장까지 전부 침수됐다. 강풍에 대비해 장비들이 유실되지 않도록 고정해놓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지만 배수로가 터지는 상황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배터리에 물이 들어간 지게차는 수리조차 불가능했고 각종 장비 가동을 위한 발전기와 100개가 넘는 모터는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제조가 완료된 페일캔은 물론,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원재료도 물에 잠기면서 침수로 인한 피해 추정액만 20억원에 달했다. 한 달가량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발생한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불과 3개월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구매한 기계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회사 존폐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지를 갖게 한 것은 자신의 일처럼 동참해준 직원과 주변의 도움이었다. 피해 복구 방안 마련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중진공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알게 되고, 단 열흘 만에 10억원을 지원받았다. 신속한 지원은 빠른 복구로 이어졌고, 공장은 한 달 만에 재가동을 시작했다. 새로 구매한 지게차를 이용해 공장 내부에 쌓인 흙과 쓰레기를 처리하고 고장 난 기계도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었다.

중진공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 해소 등 긴급한 자금 소요를 지원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 조성을 돕는다. 세부적으로는 재해중소기업 지원자금과 일시적 경영애로자금으로 구분된다.

두리씨엔에스가 지원받은 재해중소기업 지원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고시한 재해중소기업 지원지침에 따라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지원 대상이며,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읍·면·동장이 발급한 재해중소기업 확인증 제출이 필요하다.

거래처와 경쟁 업체의 배려·협력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오랜 거래처에서는 조건 없이 납품일을 연장해줬고, 두리씨엔에스의 생산물량을 대신 처리해주겠다는 경쟁 회사의 고마운 제안도 있었다.

박병갑 두리씨엔에스 사장은 "어려운 순간마다 중진공의 지원으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공장 한쪽에는 아직도 처리해야 할 폐기물이 쌓여 있고 공정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도 산더미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위기가 곧 기회' '나눌수록 돌아온다'는 말이 실제로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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