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램덩크’니까!” 26년 만에 극장판으로···N차 관람·정주행·베스트셀러 ‘열풍’

최민지 기자 2023. 1. 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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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 장면.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연재 종료 26년 만에 극장판 개봉 다시 붐
자막판·더빙판 N차 관람···TV판 정주행도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일본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연재 종료 26년 만에 다시 불러일으킨 붐이 거세다.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하 ‘슬램덩크’)는 <아바타 : 물의 길>에 이어 영화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관객들의 ‘N차 관람’도 이어지고 있다. 만화책·굿즈 구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주행 등 극장 밖으로도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슬램덩크>는 개봉 6일차인 전날 누적 관객 46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인 지난 4일 6만2000명의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주말인 7~8일 이틀 동안 24만 명을 동원했다. 현재 예매율은 대작 <아바타 : 물의 길>에 이어 2위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의 한 장면. 이야기는 북산고 농구부가 산왕고를 상대로 벌이는 경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원작 <슬램덩크>는 북산고 농구부 주전 5인(강백호·채치수·서태웅·정대만·송태섭)이 전국 제패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야기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1990~1996년 연재한 만화는 같은 시기 ‘농구 전성시대’였던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슬램덩크>의 누적 발행부수는 1억200만 부에 달한다.

‘N차 관람’을 즐기는 관객도 많다. 자막판과 더빙판이 따로 개봉하면서 두 가지 버전의 다른 매력을 즐기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극장판을 본 이후 TV판 애니메이션을 다시보기 시작했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OTT 서비스 왓챠는 지난 6일 원작의 명대사를 활용한 홍보 문구 ‘그래 난 왓챠. <슬램덩크> TV 애니를 모두 가지고 있지. 101화 정주행? 가능. 난, 바스켓맨이니까!’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3040 팬심 업고 만화책은 베스트셀러로
줄거리 알아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만화책 구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영화 개봉을 맞아 출간된 특별판 <슬램덩크 챔프>가 새해 첫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 온라인 쇼핑몰의 만화 부문에서는 <슬램덩크>가 상위 10개 베스트셀러 중 7개를 차지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도 <슬램덩크> 원작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출판사 대원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세트(1~20권)을 내놨다. 출판사 관계자는 “<슬램덩크> 신장재편판과 오리지널 판을 기준으로 지난 1~10일 판매량이 평상시 한 달 판매량의 10배를 훨씬 넘겼다”고 말했다.

극장판의 인기에 힘입어 팝업스토어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수입사 에스엠지홀딩스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더현대 서울에서 ‘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연다고 밝혔다. 다음달 10~22일에는 더현대 대구에서도 진행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슬램덩크> 한정판 피규어와 유니폼 등 200여종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북산고교 농구부의 감독인 안 선생님은 크게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도“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격러한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현재 <슬램덩크> 열풍의 중심에는 3040세대가 있다. 학창시절이던 1990년대~2000년대 원작을 본 세대로, 20여년 만에 돌아온 극장판을 ‘선물’과 같이 여기고 있다.

원작의 팬으로 적어도 지난 20여년 간 3~4년 주기로 만화책을 정주행 해왔다는 직장인 조지원씨(36)도 개봉 직후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며 “결말을 모두 아는데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조씨는 자막판에 이어 더빙판으로 2차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 2년마다 한 번씩 만화책을 찾아본다는 또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보기 위해 더빙판을 예매했다”고 말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 장면.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원작의 팬층이 두터운 것이 현재 <슬램덩크> 열풍의 제 1 요인이지만, 영화 자체의 만듦새도 훌륭하다. 극의 중심이 되는 ‘산왕전’은 팬이라면 사소한 장면까지 기억할 만큼 의미있는 경기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북산고가 승리할 수 있을지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연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원작에선 상대적으로 서사를 덜 부여받은 캐릭터 송태섭을 화자로 삼은 점도 작품에 신선함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 뉴(NEW)는 <슬램덩크>가 현재 흥행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민지 팀장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가 개봉 5일차 20만명을 동원한 뒤 최종적으로 218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며 “<슬램덩크> 열풍이 설 연휴까지 이어진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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