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측 “사의표명”·대통령실 “못 들어”… 민주 “尹, 당대표 지명하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만류 의원들 다수
이철규 “의미있는 이야기는 없어” 선그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거취에 10일 오후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집중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차기 국민의힘 당권 지형도를 변화시킬 주요 변수다. 대통령실의 나 부위원장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 되는 것은, 나 부위원장의 ‘정치 체급’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명하라고 비꼬았다.
나 부위원장은 ‘윤핵관’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이날 낮 서울 중구 소재 한 호텔에서 만나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 부위원장은 당초 이날 제주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전날 행사 취소를 통보하면서 서울에 머문 것으로 알려진다. 나 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여부란 대형 이벤트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두명의 회동이었기에 당대표 출마에 대한 얘기도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그만뒀다는 보도는 이날 오후 2시께를 전후해 쏟아졌다. 국민의힘 내에선 당대표 출마를 하려면 대통령 직속 위원장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대표 출마를 하려면 정무직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의 ‘사의표명’은 그래서 그가 당대표 출마로 노선을 정리 한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걸음 더 당대표 출마에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이 의원과의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부위원장직 사퇴, 당대표 출마 여부 등 거취에 관한 질문에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만 답했다. 나 부위원장이 나간 후 약 5분 뒤 호텔에서 빠져나온 이 의원은 “(나 부위원장을) 우연히 만난 것이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 부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에선 나 부위원장의 출마와 불출마에 대한 각각의 그럴듯한 이유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단 나 부위원장이 출마할 것이라 내다보는 가장 강력한 원인은 지지율이 1위란 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 부위원장은 비교적 큰 격차(오차범위 밖)로 2위 안철수 의원과 3위 김기현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지키고 있다. ‘당원 100%’ 룰이 확정되면서 나 부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은 더 커졌다.
나 부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더 키운 것은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 발표를 보류하고 장고에 들어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로 바꾼 뒤 출마·불출마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월말~2월초께 밝힐 것’이라고 한 것이 그의 출마에 대한 발언의 가장 최신 버전이다. 유 전 의원의 ‘비윤 구심점’ 역할이 느슨해지자, 나 부위원장이 ‘비윤 단독후보’로의 입지가 더 단단해지는 상황이 되게 된 셈이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선 나 부위원장이 과거에 논란이 됐었던 자식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고,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이 꽤 중요한 직책이란 점 등이 불출마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최근 드러내놓고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상황에서, 권력과 척을 지면서까지 당대표 출마를 강행 하겠느냐는 것은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 전망의 근거가 된다.
이날 오후 들어 나 부위원장의 ‘사의표명’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경원 전 의원의 사의 표명을 대통령실은 전해 들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나 부위원장 측은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은 또 “김대기 비서실장도 나 부위원장으로부터 사의표명을 들은 바 없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내에선 나 부위원장의 ‘대출탕감’ 방안을 사이에 둔 대통령실과의 갈등과 관련해 나 부위원장을 직에서 해촉해야 한다는 주장과, 출마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있어 왔다. 이날 나 부위원장 측의 ‘사의표명’ 주장과, 대통령실의 ‘모른다’ 주장 역시 보고 경로가 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내에선 나 부위원장을 향해 “상종할 사람이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 등의 강도 높은 비판 발언들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에선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갈등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차라리 원하는 당대표를 지명하라’고 비꼬았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이 브리핑까지 자처하며 공개적으로 예비 당권 주자를 비판하는 것은 명백한 당내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같은 당 소속 전 의원을 연일 깎아내리며 궁지로 내모는 의도를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불출마시키고 나경원 전 의원은 주저앉혀 대통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당대표감을 고르고 있는 것”이라며 “나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이 당권 장악을 위해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바꾸더니 이젠 후보자에 대한 가지치기까지 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당무 개입으로도 부족해 직접 당대표를 낙점하겠다는 것입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원하는 당대표를 지명하라. 총선 공천에 목매 ’윤심‘이 가리키는 대로 우르르 몰려가는 여당의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한가하게 당대표 골라내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민생과 경제, 안보는 총체적 위험에 빠졌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옛날 ‘3김(金) 시대’에도 저렇게 안 했다. ‘뵈는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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