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철저히 봉쇄하겠다"…당당하던 흥국생명, 사과문 발표→고개 숙였다

2023. 1.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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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모기업 태광그룹 고위층의 개입과 관련해 사죄의 뜻을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흥국생명은 10일 "배구팬들과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단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됐던 김기중 감독이 감독직 고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최근 흥국생명은 끝없는 논란 속에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김여일 전임 단장과 권순찬 감독이 '로테이션'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며, 구단 고위층의 입김과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지난 2일 GS칼텍스전이 종료된 후 '베테랑' 김연경과 김해란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구단 고위층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해란은 선수 기용 문제와 관련해 직접 겪은 피해 사실을 토로했고, 김연경 또한 이기고 있던 경기에서 고위층의 개입으로 경기를 내준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권순찬 감독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경질한 뒤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으나, 1경기 만에 사임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됐던 김기중 감독 또한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라며 지휘봉을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흥국생명이 끝내 고개를 숙였다. 흥국생명은 사과문을 통해 "먼저 구단의 경기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배구와 핑크스파이더스를 아껴주신 팬들께 심려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한 이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핑크스파이더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운을 뗐다.

계속해서 흥국생명은 "최근의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로써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되어서도 안될 일임에 분명하다"며 "흥국생명 배구단은 앞으로 경기운영에 대한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흥국생명은 "구단의 굳은 의지가 단순히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경기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흥국생명 배구단의 문화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인은 흥국생명이라는 기업이 아니라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이들을 아껴주시는 팬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구단을 운영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신용준 신임 단장.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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