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내홍' 입 연 이상률 원장…"매트릭스 형태 外 선택지 없다"
기사내용 요약
"동시다발적 사업 효율적 추진 위해서는 매트릭스 형태 택해야"
고정환 본부장과 수차례 대면 면담…'직제' 부문 이견 못 좁혀
항우연 처우개선 문제도 언급…초봉 3800만원→4200만원으로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조직 개편 내홍'을 두고 "매트릭스 형태(발사체연구소)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조직 개편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은 하겠지만, 이미 확정된 개편안을 철회할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상률 원장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누리호, 다누리 성공 등 좋은 일이 많았지만 염려하실 만한 일도 많았다. 누리호 성공을 거두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조직을 바꿨는데 이 부분에서 내부적으로 잡음이 있었고, 아직도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다"라며 최근의 조직 내홍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발사체본부→발사체연구소 개편 이후 내홍 격화…"발사체고도화 인력, 필요한 만큼 지원할 것"
'직제 개편' 두고 이견 계속…"동시다발적 사업 추진, 매트릭스 형태가 가장 효율적"
항우연이 한국형발사체 사업이라는 1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단일 라인'으로 이뤄졌던 발사체개발본부를 여러 거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기능별 조직과 프로젝트별 조직을 혼합한 '매트릭스' 형태의 발사체연구소로 바꾼 것이다.
5개 부서와 산하 15개 팀으로 이뤄졌던 발사체개발본부를 2개실, 6개 부서, 2개 사업단, 1개 본부로 구성된 발사체연구소로 전환하고 발사체개발본부를 연구소 산하 조직으로 포함시키면서 고정환 발사체개발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실무진들이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반발에 나서며 사퇴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같은 반발에 항우연은 향후 차세대 누리호 사업, 발사체 고도화 사업 등 대규모 사업의 동시 진행을 위해서는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좁혀지지 못했다. 이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연말 직접 이상률 원장과 고정환 본부장을 만나며 원만한 합의를 촉구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률 원장은 이달에도 고정환 본부장과 직접 대화를 수차례 나눴다고 밝혔다. 지난 3일, 5일, 9일 수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면서 고정환 본부장 측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설명이다.
고정환 본부장은 현재 발사체개발본부장과 함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고정환 본부장은 항우연 측에 발사체개발본부를 완전 복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누리호 3차 발사를 준비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률 원장은 현재 고도화 사업단에 인원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인 만큼 연구 인력은 필요한 만큼 지원해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고도화 사업단이 인원을 많이 요구하면 요구하는 대로 그쪽에 인원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게 항우연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은 직제 부분이다. 고정환 본부장은 기존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한 것을 두고 "수족이 모두 잘렸다"며 수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당초 발사체개발본부 산하에 있던 팀들은 하나의 직제로서 구성됐는데, 조직 개편 과정에서 이같은 산하 팀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이상률 원장은 이미 조직 개편이 이뤄진 상황에서 다시 팀을 만들거나 없애는 것은 원장 권한으로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팀과 같은 새로운 직제를 다시 만들려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승인,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 검토를 다시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발사체연구소 체제에서는 팀 조직과 팀장 직급이 사라진 대신 인사권이 없는 '임무리더(Task Leader)'가 팀장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이상률 원장은 이같은 임무 리더 기반 조직을 통해 발사체개발본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을 했으나, 고정환 본부장이 이같은 내용을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상률 원장은 "그간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사실 큰 사업이 하나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똘똘 뭉쳐서 원팀으로 일하면 됐다. 다만 이젠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이 생기고 있고,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나 목표 중심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시다발적인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형태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항공우주쪽은 국내외 조직 할 것 없이 다 매트릭스 형태이고, 이건 사실 결론이 난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느 정도 (조직개편안 수용을) 결정하는 시점이 있어야 될 거라고 본다"며 "우선적으로는 필요한 인원을 고도화 사업단에 배치를 해주고, 그 밑에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줘서 누리호 3차 발사를 진행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난해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제기된 항우연 연구원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한 대책도 언급됐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사이트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항우연 초봉은 3800만원으로 25개 과학기술 출연연 가운데 21위 수준에 그친다.
이상률 원장은 향후 연구원 초봉을 4200만원으로 끌어올려서 전체 출연연 가운데 초봉 순위를 15~16등 수준으로 만드는 게 1차적인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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