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2주만 방송 재개…차가운 반응 어쩌나[MK초점]
지난 9일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 2주 결방 끝에 방송을 재개했다.
제작진은 방송 오프닝에 사과문을 공개하며 “시청자 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송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 후 전문가 분석을 통해 관계 회복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당시 상황에서 우려될 만한 모든 지점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앞으로 제작진은 모든 시청자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동 학대, 아동 성추행을 방관했다는 비판에 입장을 내고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던 오은영 박사는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커녕 일언반구 없이 평소처럼 웃으며 오프닝을 했다.
‘결혼지옥’은 지난해 12월 19일 재혼부부 가정의 불화를 다뤘다가 논란이 일었다. 새아빠가 7살 의붓딸의 신체를 강제로 만지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아동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들은 ‘결혼지옥’ 시청자게시판에 사과와 폐지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또 새아빠에 대한 경찰 신고를 넣어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결혼지옥’은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의 부부 솔루션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고 부부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갈등의 고민을 나누고, 오은영이 문제를 짚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오은영 박사가 프로그램을 이끄는 수장인 것. 폐지까지 거론되며 큰 비난을 받았던 논란을 겪으면서도 직접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돌아온 ‘결혼지옥’은 지난 방송분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보다 0.7%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분에는 지난 방송분처럼 법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장면은 전파를 타지 않았으나 여전히 자극적인 장면이 담겼다.
며느리를 공개적으로 타박하며 몰아세우는 시부모와 시부모의 편에 서서 아내에게 쏘아붙이는 남편의 모습, 며느리에게 “성인 ADHD”라고 막말하는 시아버지, 아내에게 독박육아를 시키고 자신의 취미 생활이 먼저인 무책임한 남편의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다시 방송을 해야하나?”, “폐지해야 할 것 같다”, “사과문으로 넘어가는건가”, “이제 그만해야할 듯”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지옥’이 처음 시작할 때 10부작이었다. 그때는 방송 전 이미 아이템을 정해두고 다뤄질 내용을 심도있게 다루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 프로그램으로 바뀌면서 무한정으로 방송이 진행되다보니 매주 소재를 찾는데 급해질 수 밖에 없고, 시청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사례를 자극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시청률을 위해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19일 방송 분이 선을 확 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상으로 돌리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시즌제로 가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그런데 2주 결방 후 돌아온 것으로 큰 효과가 있을까 싶다. 사과 후 이전 시스템으로 돌아온 만큼 프로그램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화제성, 시청률 떨어지면 편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논란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평론가는 또 오은영 박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오은영 리포트’다. 오은영 박사가 중심에 서야한다. 그런데 지금은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 보다는 어떤 사례의 인물들이 나왔는지에 집중되어 있어 본말전도된 듯 하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과거 오은영 박사가 진행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은 과거엔 영상에 대한 감수성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 예전 방송들도 (지금 돌아보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을텐데 문제시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도를 넘어서는 관찰카메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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