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속가능 과감한 정책에 출산율 반등… 韓 저출산委 정치소재 전락

김동준 2023. 1. 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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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저출산 대책' 극과 극
기시다 "저출산 해소" 강한 의지
출산율 1.3명… 대졸 여성 1.74명
나경원 '저출산 대책' 논란 사의
정부 컨트롤타워도 제역할 못해
2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미에현 이세시 이세신궁을 참배한 뒤 현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AFP=연합뉴스>

"이차원(異次元) 저출산 대책에 도전하겠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새해 기자회견에서 '저출산 해소'를 화두로 내세웠다. 결정을 미룬다는 의미의 '사키오쿠리(先送り)' 대신 "시대의 전환기를 맞아 미래세대에 대한 대답을 하나하나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재작년 '4년제 대졸 이상 기혼여성의 출산율 반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매해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른 한국의 출산율과 대비를 이룬다.

저출산은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제고를 넘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연금고갈, 지역소멸, 안보공백은 저출산이 몰고 올 재앙이다. 해외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지금의 출산율 추세라면 한국의 경제규모가 20년뒤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여당은 저출산을 정치소재로 소모하면서 '골든아워'를 놓치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 중지 모으는 日=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池百合子) 일본 도쿄도지사가 올해 시작을 목표로 검토 중인 급부(給付)안이 대표적이다. 0~18세 도민 1인당 월 5000엔씩 지급하는 내용으로, 지급 대상자가 2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순계산으로 연간 1200억엔가량 투입돼야 하는 대규모 재정 정책이다. 고이케 지사는 "인구 문제는 국가발전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도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일본은 1995년 수립된 '엔젤플랜'에 따라 계획 초기부터 일·가정 양립과 육아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신 엔젤플랜'이 시행되던 2003년에는 저출산 정책만을 전담하는 특명장관이 처음 신설됐다. 2015년에는 '1억총활약담당장관' 자리를 마련해 특명장관을 겸임토록 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명확한 컨트롤타워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발표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저출산을 대하는 경중도 바뀌었던 한국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출산율은 반등했다. 2005년 사상 최저치인 1.26명으로 고꾸라진 이래 2018년 1.42명까지 증가했다. 재작년 1.30명으로 다시 떨어지기는 했지만, 같은 시기 한국(0.81명)과 비교했을 때 부러울 수밖에 없는 수치다. 최근에는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도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재작년 4년제 대졸 이상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직전 조사인 2015년(1.66명)에 비해 0.08명 늘어난 1.74명으로 집계됐다.

◇정치소재로 전락해버린 저출산委=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정반대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5년(1.24명) 소폭 반등한 이후 2018년(0.98명) 1명선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로도 줄곧 하향 곡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이 매해 급감하는 원인으로는 소득불평등, 높은 집값, 사회인식 변화 등이 꼽힌다. 다만 이를 총괄할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2004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8년 소속이 보건복지부로 변경됐다가, 2012년 대통령 소속으로 재격상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5년 단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부위원장직에 오른 나경원 전 의원은 '자기정치' 논란을 빚어 결국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자녀 수에 따른 대출 탕감을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화근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의 행보를 두고 "3월에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선에 무게를 실었다. 여당 관계자는 "당권을 노리고 이슈를 만들고자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대출 탕감을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일부라 하더라도 대출빚을 면해주려면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견줘 상당한 수준의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저출산 대책은 장기간·고비용이 불가피해 지출규모와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별사업들이 정책적 인과관계에 대한 엄밀한 분석 없이 망라적으로 나열돼 있는 기존 틀을 벗어나 정책자산을 선택·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 사의로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한동안 선장 없이 표류할 전망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직을 직접 맡은 만큼 부위원장 자리에는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며 "나 전 의원의 사임으로 얻은 교훈은 상징적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을 (부위원장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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