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포커스] 구청·구의회 힘겨루기 ‘눈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의회는 중구청이 제출한 2023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중구는 의회가 공약사업과 신규사업 예산을 타당한 이유 없이 삭감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중구의회도 반박문을 내며 격화되는 듯했으나 양측이 본예산 삭감액을 추경으로 편성하는 데 합의하면서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광진구의회가 구의 추경예산안을 전액 부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양천구의회는 구가 제출한 조례 재개정안건 다수를 본의회에 상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특히 김포공항 소음으로 고통받는 피해 지역 주민 재산세를 40% 감면해주는 안 등 민생 관련 조례안이 다수 상정되지 않아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의회를 비판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런 갈등이 발생한 곳은 대부분 ‘여소야대’인 곳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17명이지만 야당이 다수인 의회가 25곳 중 15곳이나 된다. 이로 인해 구의회가 구청장을 ‘길들이기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구청장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감시하고 막는 역할을 해야 할 구의회가 오히려 당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리당략에 따라 발목잡기를 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중구청 사태의 경우 캐스팅보트를 쥔(국힘 구의원 4명, 민주 구의원 4명, 무소속 1명) 길기영 의원은 원래 국힘 소속이었으나 구의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야합했다는 의심을 받아 ‘해당 행위’로 제명당하는 바람에 여소야대가 됐고, 이에 국힘 소속 김길성 구청장에게 ’태클’을 걸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길 의장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충돌이 비단 서울 자치구만의 일은 아니다. 고양시는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이동환 고양시장의 갈등으로 의회가 파행되며 2023년도 본예산 심사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주민들만 멍이 든다는 것이다. 민생을 최우선해야 할 구의회가 당리당략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주는 과정을 주민들이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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