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등진 포드, LG엔솔과 손 잡나…튀르키예 합작공장 논의(종합)

박순엽 2023. 1. 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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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LG엔솔,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논의
외신 등 “양사, 이달 말~2월 초 관련 MOU 체결 예상”
SK온과의 협약은 ‘자금 확보 난항 등 이유’ 무산 위기
LG엔솔, 포드 핵심 협력사…상위 업체 ‘러브콜’ 전망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국 포드가 튀르키예 전기자동차 배터리(이차전지) 합작공장을 만들 파트너 회사를 SK온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포드로선 SK온·튀르키예 코치 그룹과 최대 4조원 가량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이자 이를 대체할 파트너 회사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선 이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양사가 이달 말 또는 오는 2월 초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사안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포드-SK온,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무산 위기

앞서 포드는 지난해 3월 SK온·튀르키예 코치 그룹과 MOU를 맺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오는 2025년부터 연간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상업 생산을 하는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이는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해 말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를 통해 4조원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난항을 겪자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전기료가 폭등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 전망이 악화한 점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SK온이 해외 공장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도 포드가 튀르키예 합작공장 파트너 회사를 교체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SK온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코마롬 제2공장 등 해외 일부 공장의 수율을 정상 궤도에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에서의 수율이 낮으면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테네시주 배터리 합작공장 (사진=얼티엄셀즈)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수율·자금력 등 강점

이런 상황에서 포드가 SK온의 대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점찍은 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르노닛산·현대기아차·BMW·혼다 등 글로벌 상위 10개 완성차 기업 중 8개를 고객사로 두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수주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해외 공장 운영 경험이 풍부한 점도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강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자 건설한 폴란드 공장에서 90% 정도의 수율을 확보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이용해 이후 가동된 해외 공장에선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10조2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포드 요청으로 폴란드 공장의 포드 공급 배터리 물량을 확대하고자 폴란드 생산 라인을 기존 대비 두 배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할 만큼 포드의 핵심 협력사이기도 하다.

다만. SK온 측은 포드와 여전히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SK온 관계자는 “협약 이후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협의했으나 현재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난이나 수율 등 기술적인 이슈는 전혀 없으며, 협상 중단 여부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 자금난…“상위 업체 ‘러브콜’ 받을 수 있어”

일각에선 이 같은 현상에 LG에너지솔루션 등 상위 배터리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금과 기술력을 고려해 배터리를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업체로 선택이 쏠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 한 곳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조5000억~2조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 브리티시볼트 등 해외 배터리업체 일부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배터리 공장을 짓고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자금력과 기술력이 필요한데, 유럽·중국의 스타트업 업체들은 이러한 싸움에서 버티지 못해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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