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회사채 수요예측 줄줄이 흥행…“우량·비우량 불균형 우려도”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들이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흥행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심화됐던 자금경색이 풀리는 모습이다. 다만, 우량 회사채로의 쏠림이 여전해 회사채간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LG유플러스(AA등급)가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2000억원을 모집하는데 3조2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수요예측 흥행으로 LG유플러스는 당초 계획보다 2배 증액한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LG유플러스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었던 것과 대조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된 지난해 10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000억원 밖에 모이지 않아 미매각이 발생했다.
LG유플러스 외에도 올해 들어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 회사채 발행량을 계획보다 늘리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마트(AA등급)는 수요예측이 성공을 거두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된 2000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늘렸고,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KT(AAA등급)도 발행 규모를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코(AA+등급)도 회사채 발행 규모를 35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9일 롯데제과(AA등급)의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1조6550억원이 몰렸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 기업 관계자는 “수요예측을 하기 전부터 결과에 따라 증액할 수 있다는 전제를 뒀었는데, 수요예측이 잘 되면서 발행 규모를 늘리게 됐다”며 “자금시장이 경색됐던 지난해와 비교해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채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 회사채(AA-등급)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신용스프레드는 지난해 12월 말 1.509%포인트에서 이날은 1.331%포인트까지 줄었다.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와 비교한 회사채의 금리 차가 좁혀졌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로 자금이 쏠리면서 우량과 비우량 등급 회사채 간 불균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통해 “올해 1월 회사채 발행시장은 AA등급 이상의 우량 등급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의 발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과거에는 AA등급의 강세가 지속되면 결국 가격 메리트가 있는 A등급 회사채까지 온기가 퍼져나갔지만, 올해는 이러한 온기가 파급되기에는 상당 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둔화에 따른 A등급 기업의 실적 저하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A등급 건설사 신용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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