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러시아를 어쩌나’···판매량 급감 속 국제정세 눈치도

박순봉 기자 2023. 1. 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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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러시아 판매량이 66%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판매량 감소는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단지 판매량 급감을 넘어 전쟁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결부돼 있어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그룹에게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최대 시장인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러시아 비판을 고조하고 더 강력한 외교 행보를 하면, 이는 현대차그룹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오토스탯 분석 결과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11만9708대를 판매했다. 2021년 대비 66.5% 줄어든 수치다. 기아는 6만5691대, 현대차는 5만4017대를 각각 판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그룹에겐 승승장구하던 주요 무대였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러시아의 수입 브랜드 1위 업체였다.

다만 판매량 자체는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 전쟁 중이라 지난해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러시아에선 지난해에 자동차가 총 62만6281대 판매됐다. 2021년 151만대 수준이었던 과 비교하면 거의 60%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2022년 12개월 중 2개월 밖에 공장 운영을 하지 않았다. 생산이 이뤄졌던 지난해 1~2월에 현대차는 각각 1만7000여대를 판매했다. 그러다 3월에 3708대, 4월에 2242대로 줄었고, 7월에는 14대로 떨어진 이후 8월부터는 거의 한 대도 팔지 못했다. 그 뒤의 르노그룹도 지난해 러시아에서 4만800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69% 판매량이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딜레마적 상황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꾸준히 러시아 시장을 공략해왔다.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했고, 2020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GM 공장도 추가 인수했다. 투자를 늘리며 인프라를 확충해둔 상황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생산과 판매가 중단됐고, 무엇보다 국제 사회의 압박도 신경쓰이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앞서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생산 종료를 결정했다.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휴전 등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러시아 공장을 남겨두는 편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중단돼 있어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전쟁이 끝나거나 국제 정세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철수를 결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방사회가 제재 동참을 적극 압박해올 경우는 현대차그룹도 러시아 공장 포기까지 염두에 둬야 해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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