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돌로 쌓아올린 울타리…전북 옛 성곽이 남긴 1천500년 역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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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외부의 침입이나 자연재해로부터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흙이나 돌, 나무로 성곽(城郭)을 쌓았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고대 성곽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어진 '역사와 문화를 쌓다' 부분에서는 전북 지역의 고대 성곽을 산맥과 물줄기를 기준으로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각각의 특징과 그간의 연구·조사 성과를 설명한다.
이번 특별전은 전북 지역의 성곽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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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가야·신라 치열차게 다투던 중심…"성곽은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보고"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옛사람들은 외부의 침입이나 자연재해로부터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흙이나 돌, 나무로 성곽(城郭)을 쌓았다.
지리적 조건에 따라 성곽은 여러 모양으로 발달했다. 낮은 구릉 위에 쌓은 성곽부터, 산을 둘러싸는 형태의 산성까지. 현재 한반도 남쪽에는 약 1천900여 개의 성곽 유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고대 성곽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전북에서 확인된 옛 성곽의 특징을 설명하고 관련 유물 380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북의 고대 성곽' 특별전을 10일 개막했다.
전북에서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성곽 유적이 남아있다.
백제 국력의 중요한 기반이었던 드넓은 평야가 전북 서부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부 지역에서는 백제와 가야, 신라가 서로 치열하게 다툰 흔적이 남아있다.
최흥선 국립익산박물관장은 "전북 지역에는 180여 개의 산성이 있는데 그중에서 조사된 건 25개 정도"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에 역사의 보고(寶庫)"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전북 지역의 성곽을 소개한다.
전시의 첫 부분인 '시간의 울타리를 넘다'에서는 성곽의 성격과 용도, 기능을 설명한다.
관람객들은 경북 경주 남산신성 부근에서 발견된 비석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 비석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와 일정한 길이의 성벽을 맡아 쌓았으며, 만일 3년 이내에 성벽이 무너지면 벌을 받을 것'이라는 서약의 글이 담겨있다.
견고한 성곽을 쌓겠다는 일종의 맹세인데 이들의 벼슬, 이름, 출신지까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성곽의 '보물 창고'로 불리는 집수정(集水井·물을 모으는 곳) 관련 다양한 유물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우 학예연구사는 "산성의 경우, 사람들이 생활하려면 물이 필수"라면서 "집수지와 우물 등에서는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나 도르래, 흙으로 된 원 모양의 물건 등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남원 아막성 주변에서 나온 다양한 동물 뼈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소, 개, 돼지, 두루미, 말, 남생이, 곰 등 총 7가지 동물의 뼈가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곰의 경우 '삼국사기'에 신라 장수 깃발을 곰의 가죽으로 만든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역사와 문화를 쌓다' 부분에서는 전북 지역의 고대 성곽을 산맥과 물줄기를 기준으로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각각의 특징과 그간의 연구·조사 성과를 설명한다.
관람객들은 옛 문헌과 관련 설명을 보면서 전북 지역 고대 산성의 대부분이 부여와 익산을 중심으로 동부 지역으로 나아가는 주요 길목에 위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산성이 백두대간을 경계로 신라의 산성과 대치하는 점도 눈에 띈다.
기마병 모습이 새겨진 기와, '전주성'이 찍혀있는 암막새(목조건축 지붕의 기왓골 끝에 사용되었던 기와) 등 25개 성곽에서 출토된 유물이 시선을 끈다.
이번 특별전은 전북 지역의 성곽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도 주목했다.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익산 왕궁리 유적'과 이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변의 성곽, 백제의 지방 통치에 주요 거점이었던 5개의 방성(方城) 등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설명해준다.
백두대간을 경계로 백제와 신라가 각축전을 벌였다는 증거로 여겨지는 남원 아막성, 백제가 금강 상류를 사이에 두고 가야·신라와 격전을 펼쳤던 진안 와정토성 등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도 다룬다.
박물관은 "현재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곽은 1천500년 동안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우리 주변에 남아있다"며 "관련 조사가 꾸준히 이뤄진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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