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비껴간다…수억원대 ‘럭셔리 카’ 판매 질주

변종국 기자 2023. 1. 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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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한 가운데,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슈퍼 럭셔리 자동차 등록 대수는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경제가 어려워도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견고하다”는 말이 나온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234대를 팔았다. 2021년 (225대)보다 31.5%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국내 시장 최다 판매 기록을 깼다. 롤스로이스는 2019년 161대 2020년 171대를 팔았고, 2021년엔 연간 200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뉴고스트’.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에서도 지난해 6021대의 차를 팔았다. 2021년보다 8% 판매량이 증가했고,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6000대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성과는 118년 브랜드 역사상 최고 실적이다. 롤스로이스 모델 중 4억 원대 후반인 ‘컬리넌’ 이 지난해 최다 판매량 모델이었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4억 원 후반~5억 원 대인 ‘고스트’가 베스트 셀링 모델이었다. 현재 롤스로이스의 모든 모델은 올해 말까지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는 “전 모델에 대해 무려 2023년까지 주문 대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어려움과 경제적 역풍으로부터 롤스로이스 역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힌 글로벌 판매 성과가 올해도 기대가 된다”며 “특히 한국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롤스로이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벤틀리 플라잉스퍼. 벤틀리 제공.
벤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775대를 팔았다. 2021년 (506대)보다 약 270대를 더 팔면서 판매량이 57%나 증가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냈다. 벤틀리의 ‘플라잉스퍼’는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380대가 팔리며 벤틀리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9년 129대를 팔았던 벤틀리는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296대를 파는 성과를 냈다.

람보르기니는 2019년173대, 2020년 303대, 2021년 353대로 판매량이 꾸준히 늘더니, 지난해엔 403대를 팔면서 400대 판매를 돌파했다. 람보르기니 모델 중엔 슈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가 309대 팔리면서 성과를 견인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람보르기니 제공.
페라리는 국내 판매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1% 줄었다. 이에 대해 페라리 측은 “하반기(7~12월) 유류비 상승으로 자동차 운반선 운항이 두 달 정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계약 건수로는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적인 요인이 아니었다면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더 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신차 등록 대수는 168만5000대로, 2021년 173만5000대보다 약 5만대가량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물량 부족과 물가 인상 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자동차 구매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신차 주문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도 등록 대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결과라고 본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좋은 차는 더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서민들은 신차 주문을 취소하겠지만, 럭셔리 자동차 고객들은 경제 불황 영향이 덜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임원은 “럭셔리 시장은 사실 완전 다른 시장이다. 한국도 럭셔리 카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까, 신차도 많이 들어오고 서비스도 개선되고 있다. 오히려 시장이 더 발전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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