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버려진 ‘2조원대 금싸라기’ 인천 송도랜드마크시티[현장에서]
유정복 시장 ‘국내 최고층 ’ 공약에 개발사업 또 발목
1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아파트 숲 사이로 어른 키보다 큰 갈대밭이 무성했다. 갈대밭을 헤치고 들어가자 낡고 오래돼 버려진 컨네이너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바로 옆 펜스에는 ‘151 INCHEON TOWER 송도랜드마크’ 라는 빛바랜 글자가 남아있었다. 정문은 뜯겨나가 오간 데 없고 녹슨 철골만 앙상했다. 이 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들어설 자리다.
바다를 매립한 송도는 여의도 면적의 18배 크기인 53.36㎢에 이른다. 매립 순서에 따라 11개 공구별로 나뉜다. 송도 6·8공구(5.80㎢)는 인천공항과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 인근에 있어 ‘송도랜드마크시티’라고 불린다. 행정구역상 송도 4·5동으로 지난해 말 기준 2만4850가구, 6만7229명이 산다. 지금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지만 주변에 대형마트와 병원 등 변변한 시설은 하나도 없다.
송도 6·8공구 중 갈대밭이 된중심부(128만1800㎡)는2007년부터 16년째 개발 청사진을 그리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땅값만 2조원에 육박하는 금싸라기 땅이지만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정책이 바뀐다. 지난해 조감도까지 공개됐던 초고층 랜드마크 ‘아이코어시티’도 좌초 위기에 놓여있다.
아이코어시티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03층(420m) 빌딩으로 계획됐다. 대관람차, 대중 골프장(18홀), 호텔·업무·주거·쇼핑시설 등을 2024년 착공해 단계별 조성을 통해 2030년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다.
박남춘 전 시장은 지난해 3월 아이코어시티를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에 통과시켰다.
문제는 재선에 성공한 유정복 시장이 당초 개발계획과는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민이 만족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명품 인천타워’를 건축하겠다며 실천 공약집에 담았다. 국내 두번째 높이로 가닥을 잡아가던 아이코어시티를 국내에서 가장 높게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7월 유 시장 취임 이후 우선협상대상자인 블루코어컨소시엄과는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다.
블로코어컨소시엄은 2017년 유 시장과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공모를 통해 선정했던 우선협상대상자였다. 당시 오피스텔 규모와 랜드마크 건립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같은 해 9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블루코어컨소시엄과 3년간 벌인 법적다툼에서 인천경제청은 패소했다.
우선협상대상자 관계자는 “유 시장의 국내 최고층 공약은 수년간 논의한 합의를 모두 깬 것”이라며 “아이코어시티가 무산되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 6·8공구 개발계획은 과거에도 수시로 바뀌었다. 2008년에는 안상수 전 시장이 ‘151층 인천 타워’를 짓겠다고 했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무산됐다. 송영길 전 시장은 건물 높이를 102층으로 낮췄지만 실패했고, 민선 6기 유정복 시장과 김진용 인천경제청장도 미국 라스베이스에 있는 월드마켓센터와 비슷한 ‘엑스포시티 타워’를 추진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송도 시민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주민은 “개발이 늦어지면 송도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일단 개발하면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도에 사는 A씨는 “송도 6·8공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빼곡한 아파트와 갈대밭, 바다 뿐”이라며 “교통시설도 열악해 송도에서도 6·8공구는 ‘고립된 섬’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국내 최고층 빌딩 등 여러 가지 변경사항이 생겼고 아직까지 정리가 안된 상태”라며 “최종 정리가 되면 우선협상대상자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송도 6·8공구 인천타워 건립을 위해 추가 협상과 투자유치기획위원회 개최·심의, 기본협약체결, 개발·실시계획 변경 협의를 거쳐 2024년말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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