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막자 노조 향하는 카카오 직원들…가입률 과반 코앞

정인선 2023. 1. 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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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의견 충분히 수렴·반영 안 돼” 불만
노조 가입률 급증…이번 주 중 50% 넘을 듯
노조 “경영진 주식 대량매도, ‘먹통 사태’ 영향도”

카카오와 계열사들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도입·시행한 전면 재택근무 체계를 최근 경기둔화를 이유로 사무실 전면 출근 쪽으로 바꾸기로 하자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은 노동조합 가입률 증가로 이어진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카카오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과반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경영진 스톡옵션 대량 매도, 계열사 분사 과정에서의 잡음, 지난해 ‘서비스 먹통 사태’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근무체계 변화를 계기로 터져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지난주 47%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기준 카카오 직원은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3600여명이다. 이 업체 노조 관계자는 “110명 가량이 추가로 가입하면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과반 노조 지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본사와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원격근무 체제를 철회하기로 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최근 일주일 사이 노조 가입자 수가 각각 300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3월 본사와 계열사 직원들이 가입할 수 있는 통합 노조 형태로 설립된 ‘카카오 크루유니온’ 노조 가입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러 있었다.

카카오 안팎에선 “최근 원격근무 체제를 사무실 전면 출근체제로 바꾸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노조 가입률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말 사무실 출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원격근무가 필요한 경우 개별 조직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오는 3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약 6개월간 실험해온 원격근무 우선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격주 금요일마다 모든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격주 놀금’ 제도도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휴무를 갖는 ‘리커버리데이’로 축소하기로 했다.

한 카카오 직원은 “기존 근무제도의 효율성과 장·단점 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단순히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사측 입장만 공유됐다”며 “노조가 지속적으로 소통을 요청했음에도 본사와 계열사 경영진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근무제 등에 대한 직원들 간 의견 교환이 어느 순간부터 공식 논의 채널이 아닌 외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쪽은 “근무제 변화는 모든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제인만큼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또 경영진과 조직장들이 참여한 라운드테이블과 노조가 포함된 사원협의체가 수 차례 논의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승욱 카카오 크루유니온 위원장은 “회사 쪽의 근무제 개편 관련 공지가 너무 늦은 시기에 이뤄졌고, 최종 결정 과정에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직원들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무제도 변화 결정 뒤 노조 가입자가 빠르게 는 것은 맞지만, 계열사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 등이 이어지며 가입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재택근무 체제를 전제로 지난해 새로 문 연 ‘카카오 판교아지트’가 전면 출근 체제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다수 직원이 집 등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되 사무실 출근이 필요한 경우 그때그때 좌석을 예약해 이용하는 ‘핫 데스크’ 위주로 판교아지트 시설을 배치했는데, 전체 출근을 강행하면 사무실 밀집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근무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직원이 출근하게 되면 주차장이나 구내식당 등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쪽은 “새 근무체제에 맞춰 사무실, 식당 등 카카오아지트 내 시설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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