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펼친 송골매 ‘안방 무대’서도 날아오른다

2023. 1.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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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설  대기획  ‘40년만의 비행’
이번 명절 챙겨봐야할 레전드 공연
어쩌다 마주친 그대·모두 다 사랑하리…
추억팔이 아닌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
지난해 전국투어 콘서트를 통해 32년만에 컴백한 송골매.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은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설 연휴 반드시 봐야 하는 공연으로 꼽히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1980년대는 록의 전성시대였다. 조용필, 윤수일, 김수철 등이 각각 록밴드를 이끌고 있었다. 이 때는 록밴드보다는 그룹사운드라는 용어가 더 친근하게 사용됐다. 1977년 1집 앨범 ‘아니 벌써’로 용수철처럼 솟아오른 김창완의 3인조 형제 록밴드 ‘산울림’도 80년대 내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큰 활약을 펼쳤다. ‘들국화’ ‘부활’ ‘시나위’ ‘백두산’ 등 언더그라운드 록밴드도 80년대에 등장했다.

록은 언더뿐 아니라 주류인 지상파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대중성을 넓혀나갔다. 이 중심에서 활동한 록밴드가 ‘송골매’다. 송골매는 80년대 신촌로터리에 있었던 고고장 ‘우산속’과 호텔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라이브로 활동하면서, 젊은이들이 나오는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나와 큰 인기를 누렸다.

송골매는 1978년 TBC 가요제에 참가한 배철수의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와 해변가요제에 나왔던 구창모의 홍익대 그룹사운드 ‘블랙 테트라’가 합쳐진 록밴드다. 그리고 1982년에 발표한 송골매 2집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구창모 작곡)는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 자주 불리는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김수철이 작곡한 ‘모두 다 사랑하리’라는 명곡도 이들이 히트시켰다. 송골매 멤버 김정선이 작사한 ‘모두 다 사랑하리’는 감성 가득한 가사가 가히 예술이다. ‘비 맞은 태양도 목마른 저 달도 내일의 문 앞에 서있네’라는 표현은 아무나 쓸 수 없다.

두 개의 캠퍼스 밴드가 합쳐지다 보니 두가지의 전혀 다른 음색이 송골매에게서 나온다. 이건 큰 장점이다. 누가 더 잘 부르냐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 차이로 팬들이 갈린다. 세기적 밴드 비틀즈에게는 폴 메카트니와 존 레논 두 가지 음색의 매력이 있었고, 음반 판매 대기록을 남긴 그룹 이글스는 글렌 프레이와 돈 헨리 외에 거의 전멤버들이 보컬에 참여해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구창모식의 음색을 좋하는 팬들도 많았는가 하면 거칠고 투박하며 토속적인 배철수식 음색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다. 구창모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외에도 ‘처음 본 순간’에 이어 솔로로 독립한 후 히트시킨 ‘희나리’ 등의 매끄러운 노래들을 많이 불렀고, 활주로 시절의 ‘탈춤’과 ‘세상 만사’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배철수 스타일이다. 특히 당시 예쁘장한 구창모는 깨끗하고 음색이 맑아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런 송골매가 지난해 전국투어 콘서트를 통해 32년만에 컴백했다. 밴드의 아이콘인 배철수와 구창모가 약 40년만에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 두 명의 노장 록커는 길었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흔들리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구창모는 전성기 시절의 고음과 미성보다 더욱 숙련된 가창력을 선보이며, 뮤지션으로서 건재함을 다시 한번 과시해 수많은 대중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설 연휴마다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 등 레전드 뮤지션들이 출연하며 TV 쇼의 한 획을 그었던 ‘KBS 대기획’이 대한민국 대중음악 씬(Scene)의 전설, 송골매의 콘서트로 오는 21일 오후 9시 20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은 방송을 앞두고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설 연휴 반드시 봐야 하는 공연으로 꼽히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송골매’의 음악을 두고 “1980년대 밴드 문화의 음지였던 당시 한국에서 송골매는 ‘가수’가 아닌 ‘그룹사운드’도 전국적 히트곡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워줬다”고 얘기하며 “이번 공연은 디지털 시대에 만들어 낼 수 없는 멜로디와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추천사를 남겼다.

음악평론가 이대화는 ‘송골매’를 “한국적인 록의 계보를 찾는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밴드”라 평가하며 “이번 공연은 ‘송골매’와 동시대를 보냈던 사람들에겐 다시 만나는 추억을 선사하고 이후 세대들에겐 음반이 아닌 라이브로 그들을 볼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방송을 반드시 시청할 것을 권했다.

이밖에도 방대한 음악적 지식으로 ‘송골매’의 역사를 정리하기도 했던 김성환 음악 전문 기자는 지난 12월 일산에서 진행된 공연이 종료된 후 “‘송골매’의 핵심 멤버인 배철수와 구창모의 재결합과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준 나이를 잊은 ‘록 스피릿’에 세대를 초월하여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공연이다”라고 극찬했다.

지난 1월 3일 KBS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의 공식 티져 영상이 공개됐다. 티져 영상에서는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으로 이어지는 ‘KBS 대기획’의 역사를 조명하고 이후 이번 공연 실황이 교차되면서 이번 공연의 엄청난 스케일을 선보이면서 공연 현장의 그날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배철수는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제작 발표회에서 이번 전국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오르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밝힌 바 있어 배철수, 구창모 두 멤버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 대한 의미가 더 깊다고 할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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