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도 태광산업도 백기”…목소리 커지는 행동주의펀드

장윤서 기자 2023. 1. 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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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들, ‘기업 지배구조 개선’부터 ‘자사주 소각’ 등 목소리 키워

최근 자본시장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펀드’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펀드는 상장사에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사외이사 선임, 주주환원 정책 등 적극적인 의견을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10일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9일 상법 제396조에 근거해 KT&G를 상대로 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란 상법 제396조 제2항에 근거해 주주에게 주어지는 권리로, 해당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경우 명부에 오른 주주의 이름과 주소 등 신상정보 및 보유 주식 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안다자산운용은 이미 지난해부터 KT&G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에는 KT&G에 ▲한국인삼공사(KGC) 인적분할상장 및 한국인삼공사 리브랜딩 ▲사외이사 추가 증원 및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영입 ▲자사주 소각 등 방안을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KT&G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어서 KT&G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KT&G의 주주명부를 확보하고 일반 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을 위임받아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사항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G의 매출은 2008년 말 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7000억원으로 성장했고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2008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안다자산운용의 판단이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 투자본부 대표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KT&G 이사회는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회사의 사업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자본 배분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주주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주주들과 함께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KT&G의 주주 가치증대와 지배구조개선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분할과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SK케미칼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해왔고, 결국 SK는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 지분 0.53%를 보유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국내 은행주가 과하게 저평가됐다고 지적하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은행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은행지주 7곳에 공개주주 서한을 발송해 자본배치 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대상 은행은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총 7곳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해외은행은 순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비효율적으로 자본을 배치했다”며 “이 때문에 주주환원율이 극명하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주 저평가의 핵심 원인은 해외에 비교할 때 극도로 낮은 주주환원율”이라면서 “배당률이 최소 50% 이상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사주 매입 소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자본비율(보통주 기준) 12% 초과분은 주주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으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 삼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과 8월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관련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하자 결국 SM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지난해 10월 계약 조기 종료를 공시했다.

업계는 향후 국내에서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기관투자자, 운용사들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주주 목소리 반영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던 개인투자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권리 행보가 곧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의견이 반영되는 측면도 있어 앞으로도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소액주주 뿐 아니라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한 운용사들까지 목소리가 커지면서 합리적인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에 과도한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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