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포토라인 전략?…야유에 ‘쉿’, 지지자 향해선 ‘미소’
입장문 통해 검찰·尹정부 향한 날선 비판 쏟아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10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초유의 사태를 인식한 듯 긴장 속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데 집중했다. 지지자들에게 옅은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든 이 대표는 야유를 쏟아낸 시위자를 향해서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 대표는 본격 조사를 앞두고 포토라인에 서서 약 10분에 걸쳐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총 2300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이 대표는 검찰을 향한 적개심과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번 검찰의 소환 조사를 '조작'으로 규정하고 정권 차원의 '야당 인사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환 조사는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며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아마도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불손 그 자체였을 것"이라며 "그들이 저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작심 발언을 쏟아낸 이 대표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다소 긴장한 표정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부각했다. 성남지청 정문에서부터 포토라인까지 민주당 의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걸어 들어 온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옅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뒤엉키며 주변 소음이 점점 커졌고, 이를 지켜보던 이 대표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제3자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완강한 입장을 폈다. 검찰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이 대표는 '조작 수사, 표적 수사'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며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 성남시민들의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검찰의 왜곡과 조작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적법한 광고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긴다. 적법한 행정과 정당한 광고계약을 서로 엮어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또 "성남FC 운영비가 부족하면 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상상이 되느냐"며 "아무런 개인적 이익도 없는데 왜 그런 불법을 감행했다고 생각하느냐.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며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로 고초를 겪은 점을 언급하면서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 리스크였느냐. 그것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검찰의 면모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에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맞춰가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앞두고 국정농단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적용된 제3자 뇌물죄 등을 비롯한 판례를 모두 검토·분석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조사에선 사건을 맡은 유민종 형사3부장이 참석해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제시하며 기업 후원금 배경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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