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붙어있던 적은 처음이라…” 우크라 전쟁 속 위기의 부부들

김가연 기자 2023. 1. 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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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한 지하 피난처에서 생활 중인 올렉산더(68·오른쪽)와 류드밀라 뮤레네츠(66·왼쪽) 부부의 모습. /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11개월째를 맞았다. 고국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피난처나 집 등 좁은 공간에 갇혀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부부들이 이 같은 이유로 한계에 내몰려 그들의 관계 역시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9일(현지시각) 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지하 피난처에서 생활 중인 올렉산더(68)와 류드밀라 뮤레네츠(66)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올렉산더와 류드밀라는 40년째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결혼한 뒤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붙어 보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대화가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고 했다. 올렉산더는 “우리는 각자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만 만났었다”며 “이제 우리는 전보다 더 많이 싸운다”고 했다. 그는 “가끔 아내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지만 아내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류드밀라는 “여름에는 무섭긴 했지만 적어도 밖으로 나갈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이 되고 혹독한 추위가 찾아들게 되자 남편과의 다툼에서 벗어날 공간이 없게 됐다”며 “정신적 도피를 위해 공상과학(SF) 소설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AFP통신은 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스트레스로 결혼생활이 망가진 유일한 사례는 아니라고 전했다. 매체는 “돈바스 지역 전역에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추위도 심해지고 있다”며 “부부들이 강제로 가까이 붙어 긴장된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커플인 타마라와 올렉산더 사이렌코도 관계의 위기를 겪었다. 사이렌코는 “매 시간 같이 있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장작을 패고 쌓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렌코는 “타마라가 투덜거리고 있을지라도 지하실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좋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말하거나 듣지 않는 상태로 가만히 앉아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타마라 역시 “나 혼자서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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