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하라!" 빗발치는데…'결혼지옥' 오은영, 방송서 왜 사과 안했나 [MD칼럼]
[이승록의 나침반]
폐지설에 불만 지핀 꼴이다.
아동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내부 정비"를 구실로 2주 결방하다 9일 재개했으나, 도리어 진정성 없는 사과만 했다는 비판이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프로그램을 재개하면서 MBC가 오은영 박사 등 MC들의 직접적인 사과도 없이 '사과 화면'만 내보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사과 화면'마저 두루뭉술했다는 지적이다.
MBC는 "'고스톱 부부' 편에서 시청자 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송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는데, MBC는 어떤 방송 내용으로 물의를 빚은 건지 시청자들에게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만 했다.
MBC는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 후 전문가 분석을 통해 관계 회복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당시 상황에서 우려될 만한 모든 지점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도 역시 '우려될 만한 모든 지점'이라고 모호하게 언급했다.
사과문 안에는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담겨야 한다는 기본을 건너뛴 것이다.
오은영 박사의 '침묵'도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아동성추행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오은영 박사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면 사과문을 냈으나, 대중은 오은영 박사가 MC로서, 또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라고 프로그램에 이름이 내걸린 당사자로서 응당 직접 방송에서 사과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오은영 박사는 앞서 배포한 서면 사과문에선 "참담하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가 무색하게, 정작 방송에선 아동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없었다는 점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심지어 이날 방송에서 사과는커녕 오은영 박사를 비롯해 MC들이 환하게 웃으며 오프닝 멘트를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아동성추행 논란의 여파가 '폐지하라'는 원성으로 번졌는데, MBC와 오은영 박사가 현재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결과적으로 2주 결방 후 재개된 방송이 MBC의 '사과 화면'과 오은영 박사의 '침묵'에 머물며, 폐지론만 스스로 키운 격이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해 '부모 십계명'을 공표한 바 있다. 그 십계명 중 8번이 '자녀에게 사과하는 것을 부끄러워 마세요'다. 오은영 박사가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재개 방송이 끝날 때까지 단 한마디 사과도 않았다는 게 씁쓸한 이유다.
[사진 = MBC 방송화면, MBC 제공]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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