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농부’ 제주시장에...“농사짓거나 처분하라” 셀프 명령

강병삼 제주시장이 제주시청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가짜 농부’의 농지에 대해 처분 의무를 부과해야할 제주시장이 농지를 매입하고도 농사를 짓지 않다가 되레 농지처분 의무를 부과받았다.

제주시는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농지 974.4㎡를 소유한 강병삼 제주시장에 대해 농지처분 의무를 부과했다고 10일 밝혔다. 강 시장은 2015년 이 농지를 취득했다.

농지법에 따라 강 제주시장은 6개월 이내로 해당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거나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처분 명령까지 받고도 6개월 이내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농지의 공시지가와 토지감정가 중 더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앞서 강 제주시장은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취임 이틀 만인 지난해 8월 25일 경찰에 고발당했다. 제주시는 같은 해 11월 강 시장이 2015년과 2019년 동료 변호사 등과 각각 취득한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농지 974.7㎡와 아라동 농지 약 7000㎡에 대한 농지 이용 실태조사를 벌였다.

강 시장이 농지 매입 당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토대로 한 조사 결과, 아라동 농지의 경우 메밀이 재배되고 있었지만, 광령리 농지에서는 농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청문 끝에 지난달 27일 광령리 농지에 대해 ‘처분 의무’를 부과했다.

또 제주경찰청은 아라동 농지가 영농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취득됐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강 시장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강 시장이 실제 경작 의사가 없으면서 동료 변호사 3명과 함께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해당 농지를 매입했다고 판단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농지 이용실태 조사에서는 농지에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반면 경찰 수사에서는 농지 취득 당시 투기 목적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