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alk] "경계의 벽을 허물어야 산다" 모빌리티 시장 뛰어든 IT 기업들·테크로 발 넓힌 완성차 업체들
BMW는 운전자 감정 담아 겉면 디자인 자유자재로
#.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막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는 일본 가전업체 소니 전시관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대중에겐 TV, 헤드셋, 게임기 등 가전 잘 만든다는 회사로만 알려졌던 소니가 역시 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와 손잡고(소니·혼다 모빌리티) 내놓은 첫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Afeela)'를 보겠다며 관람객들이 몰렸다. 특히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 들어 있어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매력을 뿜어냈는데, 업계에서는 아필라가 최근 IT기업들의 이동수단(모빌리티) 시장 진출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올해 CES는 모빌리티 전장(電場)의 격전장이었다. IT 기업과 완성차 업체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①차량을 달리는 게임방으로 만든 소니부터, ②앞면 유리 전체를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만들어버린 BMW, ③2030년까지 약 1만 개의 고성능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벤츠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이들의 경쟁을 보고 있자니 불꽃이 튀었다.
이번 CES에서 ①IT 기업들은 전장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반면 ②완성차 업체는 IT 기업들 못지않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여줬다. ③전기차의 성능 및 자율주행 기술의 비약적 발전 ④전기차 충전 인프라 대결까지 뜨거웠다.
이동수단? 안전하고 즐겁게…테크 기업들 도전장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잃은 지 오래인 소니, 글로벌 전기차 시장서 존재감이 약했던 혼다처럼 이번 행사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의 미래를 구현할 새 기술을 경쟁적으로 뽐냈다. "인공지능(AI)과 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 증강현실에 대한 소니의 경험을 활용해 독특한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는 야스히데 미즈노 소니·혼다 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는 사뭇 비장했다.
실제 이번 행사 전후로 엔비디아·폭스콘, LG전자·마그나 등 IT 기업과 모빌리티 기업의 합작 프로젝트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자율주행 시대를 맞은 기업들의 무한 경쟁의 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자율주행차 업계의 선두 주자 엔비디아는 자동차 부문에서 3,000억 달러(약 383조7,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로 꼽히는 대만 IT기업 폭스콘과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전용 칩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 손꼽히는 마그나와 미래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협력,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가기로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포테인먼트 기술력(LG전자)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자율주행 관련 솔루션(마그나)을 통합해 미래차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얘기다.
올해 처음 CES에 전시장을 마련한 LG이노텍 전시관에도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①주행 상황을 인지하는 데 필수인 카메라 모듈②360도 전방위 감지를 통해 차량 주변 환경을 스캔하는 라이다(LiDAR) 모듈③차량 내외부 물체의 방향·속도·거리를 탐지하는 레이더(Radar) 모듈 등 센서 제품이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전시장에도 이례적으로 자동차 두 대가 자리 잡고 하만과 협업한 '레디케어'와 '레디튠'을 시연했다.
아마존 전시장에도 루시드 차량이 한가운데 놓였다. AI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를 애플 '시리'와 함께 쓸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여 운전자들의 편의를 높인 것이다. 현장을 찾은 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IT 기업들이 뛰어난 전장 기술 하나쯤은 다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차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완성차 업계도 테크 전쟁
완성차 업계도 화려한 신기술로 무장해 라스베이거스를 수놓았다. BMW는 CES 개막 하루 전 i 비전 '디'(Dee)로 불리는 중형 전기차 세단을 선보였는데, 다채로운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차량 전조등과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에 변화를 줘 기쁨이나 놀람을 표현, 운전자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신차를 살 때 색상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분홍색, 노란색, 푸른색은 물론 패턴까지도 시시각각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연단에 선 올리비아 집세 BMW 그룹 회장은 "BMW i 비전 디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실현 가능한 영역을 새롭게 선보였다"며 "디지털화 기술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해 차량을 운전자와 상호 작용이 가능하도록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혁신적 전기차 충전 기술·전기 콘셉트카를 앞세웠다. 이번 행사에서 북미와 유럽, 중국에 2030년까지 약 1만 개의 고성능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벤츠는, 운전자가 차량에 충전기만 꽂으면 충전과 결제 등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또 1회 충전에 1,200㎞를 달리고 1킬로와트시(㎾h)당 약 12㎞의 전비를 자랑하는 '비전 EQXX'를 내놓았다. 화려한 외관과 파격적 스펙에 관람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 AG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과 일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기업과 협업 효과도 언급했다. 그는 "비전 EQXX는 아니지만 EQA, EQB에 한국 LG에너지솔루션와 SK온 배터리가 들어간다"며 "벤츠와 LG가 공동 제작하는 하이퍼스크린도 자랑스러운 제품"이라고 했다. 볼보는 구글과 힘을 모아 고정밀(HD) 지도 기술을 넣는다고 발표했다. 차선과 표지판 정보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거리 도로 상황까지 파악해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베일 벗은 폭스바겐 ID.7·스텔란티스 '램 1500 레볼루션'
전시장 야외 공간에 마련된 특설 전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이 완충 시 주행 거리가 700㎞에 달하는 순수 전기차 ID.7 위장막 모델을 공개했다. 비록 어둠 속에서 완전한 디자인은 가려놨지만, 짧은 오버행과 2.97m의 긴 휠베이스를 구현한 넓고 안락한 고급 세단의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기엔 충분했다.
스텔란티스는 미래 전동화를 상징하는 '푸조 인셉션 콘셉트'를 이번 행사에서 최초 공개했다. 외관은 전면에서 지붕, 후면으로 이어지는 유리 표면이 매끄러웠고, 자율주행까지 고려한 듯 다소 누운 듯한 좌석 설계도 눈에 띄었다.
1회 충전에 800㎞까지 달리고, 각종 운전자 지원기능을 탑재한 전기 픽업트럭 '램 1500 레볼루션 콘셉트'도 공개했는데, 웅장함은 물론 보닛을 열었을 때 웬만한 세단의 트렁크만큼의 수납 공간이 마련되는 등 '전동화의 열매'도 꽤 매력적이었다.
린다 잭슨 푸조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부터 모든 제품을 전동화하고, 앞으로 2년 동안 순수 전기차 5종을 새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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