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 이재명…“검찰이 기소 정해놓고 수사 맞춰가”
현직 야당 대표 헌정사상 첫 검찰 출석
李, 혐의 부인...“법정서 진실 가려질 것”
성남지청 인근, 찬반 단체 대결로 후끈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헌정 사상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실로 들어가기전 청사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이번 검찰의 수사를 “조작수사, 표적수사”로 규정하며 강력 비난했다.
이 대표는 “(경찰이)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끄집어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테타를 벌이고 있다”면서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고 비난했다.
2021년 10월 성남분당경찰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끄집어내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수사로 영장 남발,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A4 용지에 컴퓨터로 작성한 2300자 분량의 반박문을 10분간 읽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기업의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을 해결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이 기업의 민원 해결을 위한 대가로 보고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그는 “시장과 공무원들이 시 예산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를 려고 하는 게 상상이 되느냐”면서 “검찰의 이러한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수사, 표적수사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를 ‘답정기소’로 규정했다. 기소란 답을 이미 정해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가고 있다”면서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 단계에서는 적극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직 진보 진영 대통령의 탄압 사례를 언급하며 검찰은 강력히 비판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음모죄란 없는 죄를 뒤집어썼고, 노무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 등 모략으로 고통을 받았다”면서 “이분들이 당한 것은 사법 리스크가 아닌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면서 “검찰 공화국 횡포를 이겨내고 당당히 맞서 이기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성남시로부터 두산그룹 소유 병원 용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39억원, 차병원은 33억원을 각각 후원하고 인허가 편의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후원금과 특혜는 무관하다고 밝혀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 조사를 찬성하는 시민단체 2곳에서 1500명, 반대 측 시민단체 2곳에서 800명의 집회신고를 했다.
성남지청 앞 큰 도로를 경계로 성남지청 입구 쪽에는 수사 반대 측이, 반대쪽에는 수사 찬성 측이 자리를 잡았다. 큰 도로를 경계로 둔 데다 경찰이 만약의 사태 대비해 12개 중대 1000명의 경력을 배치해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지만 스피커 방향을 놓고 욕설 공방을 벌이는 등 초반부터 욕설전이 펼쳐졌다. 이 대표 조사 반대 측은 찬성 측이 스피커 방향을 자신 쪽으로 돌려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수사 찬성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급기야 찬반 측은 마이크를 이용해 욕설을 주고 받았다. 수사 반대 측 한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이라고 말하는 저 개** 마이크 돌리라고 하라”고 말하자, 수사 찬성 측도 “이** 건너와라”고 응수했다.
수사 반대 측은 경찰 정보관을 찾아 “(수사 찬성 측에서)마이크로 말한 사람과 일대일로 말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찬반 양측이 앰프 출력을 최대치로 높이면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소음기준(75dB, 기타지역)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날 내내 90dB을 넘어섰다.
이날 이 대표의 조사를 찬성하는 회원들은 ‘성남 도망개 체포하라’ ‘이재명 구속하라’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를 외쳤고, 반대 측은 ‘조작 검찰 수사 중단하라’ ‘우리가 이재명이다’ ‘사필귀정 이재명은 결백하다’며 맞불을 놓았다.
검찰 포토라인 인근에는 찬반 유튜버들이 몰려 “뻔뻔하게 설명하지 말라” “이재명 구속하라” “김건희 구속하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하라”를 외쳤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정청래·고민정·박찬대·장경태·서은숙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와 박범계·김태년·우원식·김성환·신정훈·안호영·김병기·김영배·김남국·천준호·이해식·김원이·박성준·임오경·황운하·김의겸·송기호·강선우 의원 등이 성남지청으로 출동해 이 대표의 곁을 지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님은 혼자 가길 원했지만 말릴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입장문 발표에 앞서 주변 소음이 계속되자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입장문을 읽으면서 엷은 미소를 짓는 등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검찰 청사로 걸어가는 과정에서는 인파에 밀리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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