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익” 소리에 송혜교도 주저앉은 ‘병’…알고보니 의외로 많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문동은(송혜교)은 수리된 차를 찾으러 정비소에 간다. 차를 찾아 나오는 순간, 문동은은 정비소 직원들이 삼겹살 굽는 소리를 듣는다.
“치익” 이 소리에 일순간 몸이 얼어붙고 숨조차 쉴 수 없다. 옷 단추가 떨어졌고 이를 찾아야 하지만, 귓가에 계속 울리는 “치익” 소리에 그만 주저앉고 만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이다.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시달린 문동은은 어른이 된 지금도 “치익”이란 소리에 주저앉을 만큼 공포증을 느낀다.
문동은처럼 극단적 반응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공포증에 시달린다. 대부분 공포증은 ‘위협을 느낀 경험’에서 비롯된다. 비행기 공포증, 고소 공포증, 광장 공포증 등은 그나마 익숙한 것들.
개 공포증, 거미 공포증, 새 공포증, 바늘 공포증, 터널 공포증, 심지어 남들의 구토 소리만 봐도 공포증을 느끼는 이들까지 있다. 공포증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심리치료부터 약물치료까지 다양하지만 최근엔 IT와 접목한 디지털 치료 방식까지 속속 연구되고 있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 12명 중 1명꼴이 각종 공포증을 겪고 있다. 4명 중 1명꼴로 비행기를 타는 게 두렵고, 10명 중 1명꼴로 바늘이 무서워 주사를 맞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포증은 크게 ▷인간관계 ▷공간 ▷특정사물 ▷특정상황 등으로 나뉜다. 대인 공포증이나 무대 공포증 등이 인간관계에서 오고, 광장 공포증은 공공장소 등 공간에 홀로 남겨지는 게 무서운 공포증이다. 뱀이나 조류, 벌레 등 특정 사물로부터 오는 공포증도 있고, 터널이나 거울, 치과, 비행기, 터널 등 특정 상황으로부터 공포증을 느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포증이란 공포를 느끼는 대상으로부터 위협을 느낀 경험에서 대부분 비롯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개한테 물린 후 개 공포증이 생기는 식이다.
공포증 치료는 의료기관을 통한 약물, 심리 치료가 있다. 최근엔 VR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디지털 방식으로 치료를 보조하는 방식도 연구 개발 중이다.
실제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소개된 뉴질앤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VR과 앱을 활용하니 공포증이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치료에 사용한 건 VR 헤드셋과 ‘오버캄(oVRcome)’이란 앱. 연구팀은 공포증 환자와 일반인을 섞어 6주 동안 VR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앱을 활성화한 스마트폰과 VR 헤드셋을 결합하면 환자는 가상현실을 통해 본인이 겪는 공포증 상황에 직면한다. 이를 심리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6주 간 치료를 진행했다.
연구는 고소 공포증, 비행 공포증, 바늘 공포증, 거미 공포증, 개 공포증 등 5가지 공포증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6주 후 이들 공포증 증상의 약 75%가 개선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거미 공포증이 있던 환자가 치료 후 거미에 자연스레 대처하게 됐고, 비행기를 못 타던 환자가 먼저 가족 휴가 계획을 예약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영국 옥스포드대 정신의학과 연구진도 VR을 활용한 광장공포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6주 동안 30분 분량의 VR 시나리오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VR을 쓰면 가상의 사무실이 나오고, 사무실을 나오면 다양한 형태의 거리 및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 안에서 커피를 사오거나 버스를 타는 등 가상현실 속 공공장소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대니얼 프리먼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참가자가 실제 상황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며 “매 상황에서 이건 현실이 아니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참가자의 의식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 광장공포증이 유의미하게 고쳐지고 불안장애 등 각종 심리질환도 개선됐다.
연구진은 “가상현실에서 공포증을 극복하면 현실세계에서도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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