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나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로 했다”
시니어들 은퇴 후 현대판 노마드로 살아가야
디지털 세상에선 누구나 노마드 될 수 있어
불안한 노후?고용절벽 등 ‘디지털 단련’으로 뚫을 수 있어
거창한 계획은 아니어도, 새해가 됐으니 어떤 방향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김수현 작가의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떠올랐다. 올 한 해 ‘난 무엇으로 살아볼까’ 궁리를 하다 맘에 쏘옥 들어오는 문구 하나를 붙잡았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로 했다’
노마드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의 오래된 책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을 읽으면서 새해 첫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인류는 태초부터 노마드였다. 600만 년의 역사 중 정착민으로 산 기간은 5,000년 정도, 고작해야 0.1%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장구한 세월을 새로운 터전을 찾아 끊임없이 유랑하며 생존해 왔다.
이동이 일상이 되다 보니 짐은 가벼워야 했다. 그래서 늘 불과 지식, 제례, 이야기, 증오, 회한만 가지고 다녔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유목민들은 유랑 속에서 이렇게 생존 원리를 터득했다.
자크 아탈리는 현대인들에게 “생존하기 위해선 원시 노마드처럼 직관력을 갖추고, 짐을 가볍게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고 한다.
시니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은퇴한 시니어 문제는 이미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요즘 시니어 세대는 옛 노마드들이 헤쳐 나가야 했던 환경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 같다. 다만 애초부터 노마드가 아닌, 회사라는 정착사회에 오랫동안 몸담고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유목의 세계로 나오게 된 사연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일과 직업의 측면에서 정착사회는 안전했다. 일정한 소득과 소속감, 정체성을 보장해 주는 움막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니어 카테고리에 편입이 되면서 보호막은 날아가고 야생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형국이 됐다.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싫든 좋든 현대판 노마드로 살아가야 한다.
디지털
다행히 디지털 세상이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완벽한 이동성이 보장돼 있고, 유랑하지 않아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세상이다. 게다가 눈부신 통신 기술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네트워킹이 가능해졌다. 원시 노마드들이 오랜 세월 거치면서 힘겹게 발견했던 불도, 지식도, 경험도, 이야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기회도 넘쳐난다.
디지털 세상에선 이젠 누구나 꿈의 노마드가 될 수 있게 됐다. 자크 아탈리가 최초로 명명했던 ‘디지털 노마드’다.
새로운 터전
노마드적인 삶은 원시 노마드에겐 숙명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선택 사항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 수 있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일컬어지는 요즘 MZ세대는 디지털 도구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술로 무장하고 스스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있다. 직장이라는 정착사회마저 과감히 떨쳐내고 꿈의 노마드적 삶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회사 생활의 ‘속박’에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노트북만 달랑 들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고,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올리며 살고 싶어서다. 돈을 버는 방식, 그리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문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저기 성공 모델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노마드적 삶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시니어 세대일텐데, 기회는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이라고 하는 시니어들에게도 동등하게 열려있다.
디지털 단련
지금 시니어 세대는 누구인가.
가장 먼저 디지털 혁명을 목격하고, 경험하고, 익힌 디지털 첫 세대다. 디지털 혁명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득한 세대다. 누구보다도 디지털에 익숙하다.
마우스를 입에 물고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 세대만 못하겠지만, 조금만 더 단련하면 된다.
디지털 도구와 디지털 문법, 디지털 에티켓, 디지털 소통, 그리고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 기술을 익히고 더욱 날카롭게 단련하면 된다. 하나 더 보태자면, 디지털 트랜드에 더 민감해지면 된다.
시니어가 직면해 있는 고용의 절벽도, 불안한 노후도, 소외와 막막함도 디지털 노마드적 삶을 위한 ‘디지털 단련’으로 뚫을 수 있다. 시니어 세대만의 독보적 영역도 있다. 시니어가 쌓은 경험과 콘텐츠, 탄탄한 내공 등을 디지털로 잘 풀어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다시 한번 더 힘주어 외쳐 보려고 한다.
올해, 나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로 했다.
정남진 doer0125@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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