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국전 추모의 벽’ 이름 오류 1천건…500명은 누락

이본영 2023. 1. 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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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들 이름을 새긴 워싱턴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추모의 벽)에서 오자와 누락된 이름이 다수 확인됐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념해 지난해 7월27일 완공된 추모의 벽에는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 전사자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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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람객들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들 이름을 새긴 워싱턴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추모의 벽)에서 오자와 누락된 이름이 다수 확인됐다.

<뉴욕 타임스>는 9일(현지시각) 역사학자 핼 바커와 그 형 에드워드 바커 주니어가 화강암으로 만든 추모의 벽에 오른 미군 전사자들 이름을 확인한 결과 오자 등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경우가 1015개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 육군 상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프레더릭 볼드 이글 베어(Frederick Bald Eagle Bear)는 ‘Eagle B F Bald’로 이름이 뒤죽박죽으로 표기됐다.

오르지 말아야 할 이름이 오르고 올라야 할 이름이 빠진 경우도 많다. 사인이 한국전쟁과 무관한 245명의 이름이 올랐는데,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 부동액을 술로 알고 마셨다가 숨진 사람도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60년을 더 살아 손주 8명을 본 사람도 있다.

전사자이지만 이름이 빠진 이들은 약 500명에 달했다. 폭격기 추락으로 숨진 월더 매코드 중위도 이름이 누락된 경우다. 그가 몬 폭격기에는 9명이 타고 있었는데 3명만 추모의 벽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미국 해군과 공군 비행기가 일본 근처에서 충돌해 두 비행기 조종사가 모두 사망했는데 해군 조종사만 이름이 올랐다.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아버지를 둔 바커 형제는 전사자 명단에 오류가 많다고 보고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애초 미국 국방부가 건넨 명단에 오류가 많았고, 추모의 벽 제작 과정에서 별도 확인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전사자 가족이나 전사자 명단과 관련 있는 시민들은 빠지거나 글자가 잘못된 이름에 대해 국방부에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오류를 제대로 고치려면 추모의 벽 공사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정보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전사자 규모를 두고도 나온 바 있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전쟁 전사자가 5만4246명이라고 밝혀오다가 2000년에 3만6516명으로 바로잡았다. 한국전쟁 기간에 다른 곳에서 사망한 이들까지 합계하는 바람에 전사자 수가 부풀려졌던 것이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념해 지난해 7월27일 완공된 추모의 벽에는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 전사자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한국 정부가 건립비의 상당 부분인 247억원을 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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