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진짜 과학입니다"…'수면 자율주행' 매트리스 나왔다 [긱스]
잠은 보약이라는데 불면증이 흔해진 시대입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시장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메모리폼 매트리스 사업을 하는 삼분의일의 전주훈 대표의 발자취는 독특했습니다. 대형 업체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장을 파고들었습니다. 2017년부터 사업을 이어온 삼분의일은 최근 수면 데이터 기술회사 바이텔스를 인수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전 대표는 "올해 1분기 안으로 데이터와 결합한 '스마트 매트리스'를 처음 내놓고 본격적으로 슬립테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분의일이 '국내 최초' 스마트 매트리스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긱스가 전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못 자는 것', 해결만 되면 돈 벌 기회
"안마의자는 이제 헬스케어 기기가 됐습니다. 10년 전에는 거실 침투율이 0.5%였는데 지금 4%까지 뛰었어요. 투자사 말처럼, 스마트 매트리스도 이르면 5년 안에 침실에 침투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전 대표가 말하는 스마트 매트리스는 사실 새로운 용어는 아닙니다. 국내 침구업체들이 이미 제품 마케팅에서 써왔습니다. 사용자의 체형, 수면 자세 등에 따라 매트리스를 조절할 수 있게 한 제품들입니다. 삼분의일은 여기에 수면 데이터를 더했습니다. 슬립테크의 의미에 따라, 국내 최초를 표방하는 이유입니다. 핵심은 매트리스에서 잠이 들면 개인의 수면 상태를 기록해 최적의 수면 온도를 찾아내 주는 것입니다. 수면의 질에 따라 점수도 매겨줍니다.
진 대표는 올해가 창업 7년 차를 맞이해 업체의 '지향점'이 뒤바뀌는 순간이라 말했습니다. 그간 삼분의일은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팔며 성장해왔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2년 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진 대표는 숙면을 해결하는 문제는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매트리스 업체를 창업한 계기도 과거 여러 차례 회사를 운영하면서 불면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기 때입니다. 그는 "사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잠을 못 잤고, 그럴 때마다 숙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전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곡물 트레이더, 육류 담보대출 심사역으로 근무했습니다. 마장동을 오가며 고기를 납품하는 업체와 일했습니다. 식자재에 대한 이해를 갖춘 뒤엔, 2011년 고려대에서 멕시칸 푸드 식당을 차렸습니다. 전 대표는 "대학가 식당 중에선 일종의 프리미엄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 되어, 가게가 성황을 이뤘다"고 했습니다. 2년 뒤엔 기세를 몰아 인도 음식점 창업에도 도전했습니다. 단순한 식당 창업이 아닌, 카레 레토르트 식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사업까지 기획했습니다. 첫 실패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전 대표는 "인도인 셰프를 대체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점주들은 실제 인도인이 요리한다는 '아이텐티티'를 포기하기 싫어했다"고 했습니다. 2014년 모든 사업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내가 했던 것은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이후 1년간 세계여행에 나섰습니다. 특히 유럽은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귀한 인연도 만났습니다. 전 대표는 "BMW코리아가 주최하는 오토바이 여행에서 다음 사업의 엔젤투자자를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더 중요했던 점은 '스타트업'의 의미를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전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것도 그해에 접했다"며 "이전까진 레스토랑만 하다 보니,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귀국 후 생에 첫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홈클'입니다. '청소연구소'나 '미소' 같은 현재의 주요 중개 서비스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너무 일렀던 것일지, 사업은 결과적으로 쓴맛을 봤습니다. 전 대표는 "한 때 등록된 청소 아주머니가 1000명까지 늘어나는 등 성황이기도 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수익화에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가 집중했던 지점은 가사도우미의 능력과 질이었는데,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다 보니 결국 손익분기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버티면 커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당시엔 시간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2016년 다시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청산 당시 그는 신혼이었습니다. 기업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때마침 홈클의 시장 공략기를 인터넷에 썼던 것이 기업 담당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며, 이직 제의도 받았다고 합니다. 시장 분석 용역으로 돈도 벌었습니다. 다만 열정이 식지 않았습니다. 빚이 많지 않아, 창업 재도전을 두고 아내의 허락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 지누스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지누스는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매트리스 제작 업체입니다. 한때 상장폐지까지 당했던 위기를 겪고도 2019년 기업공개(IPO) 재기,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에 피인수되기까지 나름의 '역사'를 쓴 곳입니다. 전 대표는 "당시 주목받던 미국 캐스퍼의 제품 브랜딩 능력과, 지누스의 제조 능력을 본받아 수면 시장을 바꿔보고자 했다"고 했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은 자야 하는 인간의 특성을 따서 삼분의일이란 사명이 탄생했습니다.
초창기 판교의 개발자들을 상대로 한 브랜딩 작업이 성공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생산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은 키보드랑 의자뿐만이 아니다. 잘 자면, 그만큼 개발 효율은 오른다.' SNS를 중심으로 만든 카드뉴스가 인기를 얻으며, 초창기 "대기업 비즈니스라 무조건 실패할 것이다"는 주변 사람들 인식이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을 기준으로 한 '무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손쉽게 택배로 보낼 수 있는 압축 매트리스 공법과,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스타트업 M&A'로 극복한 성장
대형 업체를 비집고 실적은 냈지만, 찾아온 성장 정체는 다시금 위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전 대표는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후발 매트리스 스타트업이 너무 많이 늘어 혼란스러운 시장이 됐다"고 했습니다. 투자사와 반년간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에 돌입했습니다. 새로운 슬로건을 '침대는 진짜 과학이다'로 잡았습니다. 글로벌 약 500개 기업을 연구하고, 수면 온도 최적화 알고리즘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자 연구는 약 2년간 이어졌습니다.
구현하려 했던 교집합은 '효용성'이었습니다. 당시 조사와 연구에 의하면, 시장에 존재하는 업체 종류는 모두 두 가지 경우 안에 속했습니다. 매트리스 회사는 데이터에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고 있었고, IT업체는 수면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만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전 대표는 "단순 측정만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온도라는 키워드를 택한 것은, 제조 능력을 갖춘 우리가 데이터와 함께 실제 솔루션을 눈으로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매트리스 제조사로서 시트 커버를 이용해 온도 조절 기능 추가가 가능했고, 수면 데이터의 측정으로 즉각적 효용을 줄 수 있는 분야도 온도로 결론 내렸다는 말입니다.
소기의 성과는 있었지만, 기술 정확도는 늘 아쉬웠습니다. 그때 벤처캐피털(VC) 소개로 만난 곳이 신년에 인수한 기업인 바이텔스입니다. 바이텔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박찬용 대표가 세운 회사입니다. 수면 시 뒤척임, 시간당 호흡수 등 생체 데이터를 모으는 측정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에서 수면 디지털치료제 분야 연구교수로 재직했던 박 대표는 사실상 바이텔스 운영에 손을 놓은 상태였습니다. 기술 개발은 완료했지만, 제품 상용화와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종종 찾아오는 인연이지만, 전 대표 입장에선 회사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참 한 가지 더
글로벌 화학사 다우가 다시 매트리스를 택한 이유
다우는 미국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화학기업입니다. 표백제와 플라스틱 제품 생산 등을 시작으로, 2017년 듀폰과의 인수합병(M&A)을 거쳐 명실상부한 거대 산업용 화학회사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런 다우는 올해 삼분의일과 폼 매트리스 제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협약을 체결하고, 제품 개발 협의와 원료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우는 원래 매트리스의 원료인 폴리우레탄을 생산합니다. 협업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다우는 국내 다양한 매트리스 제조사들과 협업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다우 고객사 중 일부가 알게 모르게 다우의 기술을 가져다 쓰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새로운 제조사를 찾게 되며 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양사 논의는 과거보다 상당히 발달한 상태입니다. 그중 하나가 '제조자 개발 생산방식(ODM)'입니다. 매트리스는 단위 면적당 소비되는 원료 양이 많아, 제품 기획력을 갖춘 제조사를 파트너로 삼고 싶다는 수요가 다우 내부에서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합니다. 경쟁 업체도 매트리스 고객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올해 이들의 포부입니다.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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