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도발, 중동분쟁에서 학습한 결과였다 [무기로 읽는 세상]

2023. 1.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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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
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소형무인기 대응 훈련이 실시된 5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에 훈련에 참가한 단거리 자주대공포 'K-30 비호'가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절대다수의 우리 군인과 정부 관계자, 국민에게 지난 10여 년간의 예멘 내전과 이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은 그저 유가 상승의 원인이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슈 정도로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 분쟁은 분명 ‘내전’이지만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카타르, 이란 등 중동 여러 국가들이 연결된 국제전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북한도 직접적으로, 그리고 아주 복잡하게 엮여 있다.


남북 모두 중동 분쟁에 직접적으로 엮여

우리나라는 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 적지 않은 각종 무기들을 공개·비공개로 수출해 왔고, 현재도 조 단위의 무기 거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우디·UAE 등에 무기를 공급해 왔다면, 북한은 그 적대 세력인 후티(Houthis)에게 무기를 공급해 왔다. 우리가 ‘현궁’ 미사일을 팔 때, 북한은 ‘불새’ 미사일을 팔았고, 우리가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과 탄약 수출을 추진하고 있을 때,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수출을 타진했다.

이처럼 남북 모두 예멘 내전에 관여하고 있지만, 이 분쟁을 대하는 자세는 남과 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 지역에 어떤 무기를 수출하면 그것을 정치적으로 포장해 정권의 치적으로 선전하고, 무기 수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얼마일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북한은 이곳에 무기를 팔면서 자신들의 신무기를 실험하고, 이 분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쟁의 최신 트렌드와 변화를 학습하며 이를 군사력 증대 방향을 잡는 데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9월 20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 사전행사 기동화력 시범에서 대전차 미사일 현궁이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호국·화랑훈련 셋째 날인 지난해 10월 26일 강원 화천군 일원에서 육군 2군단 2포병여단 천룡대대가 전면전 상황을 가정해 240㎜ 다연장로켓 K-239 '천무'를 동원해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수년간 선보인 신형 무기체계들, 특히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로켓무기, 무인기는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분쟁을 학습해 얻어 낸 ‘한반도 전쟁 필승 전략’의 수단들이다. 후티는 객관적인 군사력 면에서 예멘 정부군,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 집단이다. 그러나 이들이 10년 가까이 전쟁을 벌이며 내전의 주도권을 잡고 사우디와 UAE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었던 것은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을 구사한 덕분이다. 후티는 이란과 북한으로부터 다양한 유형의 로켓 무기와 탄도 미사일, 무인기를 완제품 또는 부품·기술 형태로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비롯해 아라비아 반도 각지의 원유 생산 거점에 탄도미사일, 대구경 로켓 무기, 무인기와 순항 미사일 등을 섞어서 쏘는 전술을 쓰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전통적인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이스라엘 다음 가는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 나라들이지만, 여러 종류의 비행체가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예전에 비슷한 공격을 당해 본 적이 없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물어 미리 대비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7일 훈련에 참가한 천궁 포대 작전요원들이 천궁-Ⅱ 발사대를 통제하며 작전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뉴스1

북, 중동 경험으로 필승전략 수립

사우디가 미국에서 대량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구매하는 한편 우리나라에서 비호-II와 천궁-II 방공 시스템 구매를 타진하고, UAE가 천궁-II는 물론 이스라엘제 바락·스파이더 방공 시스템을 구입해 급히 방공망을 보강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후티의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에 여러 번 얻어맞은 ‘직접 경험’을 통해 전통적인 방공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결과 부랴부랴 대응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0여 년 전부터 중동의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 교훈을 받아들여 유사 전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동에서 얻은 간접경험을 통해 필승전략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해 마지막 날, 북한은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서 600㎜ 신형방사포 30문 증정식을 하고 이 무기가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이 무기를 ‘방사포’, 즉 다연장로켓 무기로 소개했지만, 이 무기의 크기와 형상, 비행제원과 운용 전술은 일반적인 다연장로켓보다는 탄도미사일에 가까웠다. 이 로켓의 직경은 600㎜, 길이는 9m에 달하고, 사정거리는 400㎞, 정점고도는 100㎞에 이른다. 직경 880㎜, 길이 11m에 사거리 300~500㎞, 정점고도 100~150㎞ 수준인 스커드 미사일과 거의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체적과 비행 궤적, 속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레이더상에는 다연장로켓이 발사한 전술용 로켓이 아닌 탄도미사일로 식별될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신형방사포 이동식 발사 차량(TEL)은 이러한 로켓 6발이 달려 있었는데, 이는 북한이 하나의 TEL로도 6개의 스커드 미사일 TEL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음을 의미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첨단무장장비인 초대형방사포들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증정됐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증정식이 전날인 작년 12월 31일 당 중앙위 본부청사 정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이 방사포들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스1

북한의 섞어쏘기 전술 2015년부터 경고음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대구경 방사포를 내놓기 시작한 때는 2015년부터다. 그들은 점점 로켓의 덩치와 사거리를 키웠고, 후티와 마찬가지로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 자폭형 무인기와 순항 미사일을 섞어서 쏘는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신무기들을 만들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러한 신형 무기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배치하고, 지난 수년간 이를 꾸준히 외부에 노출시키며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해 왔다. 북한이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들은 2015년부터 우리군에 쏟아졌지만, 군은 지난 8년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은 고사하고 탄도미사일이면 탄도미사일, 무인기면 무인기 그 어떤 한 분야에서도 완벽한 대비책을 갖추지 못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섞어서 대량으로 발사하면 소량의 종말단계 하층방어 시스템으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KAMD는 해당 자산이 배치된 서울과 일부 공군기지 정도에서 극히 제한된 요격 능력만 발휘할 수 있는 가성비 최악의 방어체계다. KAMD 자산은 주로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우리 공군의 주요 기지 가운데 전투기가 배치된 곳은 강원 강릉 원주, 전북 군산, 경남 사천, 충남 서산, 대구 등 10곳이다. 이번에 북한이 두 달 만에 30문을 생산했다는 초대형 방사포 전력만 가지고도 기지당 18발의 탄도미사일급 발사체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물론 유사시에는 여기에 진짜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나 북한판 ATACMS, 스커드 미사일은 물론, 다량의 자폭형 무인기와 순항미사일도 합세할 것이다. KAMD 자산인 PAC-3나 천궁-II를 아무리 늘려봤자,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지난 연말 무인기 사태 당시 드러난 것처럼 소수의 국지방공레이더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우리군의 저고도 방공 체계는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매우 작은 무인기나 순항미사일 위협에 심각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무인기 대응 작전 경험이 많은 우크라이나ㆍ사우디ㆍUAE군은 무인기나 순항 미사일 위협을 포착하는 ‘센서’에 요격무기, 즉 ‘슈터’를 붙인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표적 확인과 동시에 요격이 이뤄지는 저고도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RCS가 작은 공중 표적은 레이더 접촉 유지가 어려워 포착됐을 때 곧바로 요격을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센서와 슈터를 붙여 운영해야 한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개요. 그래픽=김문중 기자

하지만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저고도 방공 체계는 탐지자산 따로, 결심하는 주체 따로, 요격 자산 따로 존재하는 형태다. 그러한 시스템은 연말 무인기 사태를 통해 실패가 확인됐지만, 군은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관련된 전술을 더욱 늘려 저고도 방공망을 강화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세계 최악의 빈국이자, 군사 후진국인 북한조차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공부하며 교훈을 얻고 전략을 수립해 우리를 압도하는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세계 10대 경제ㆍ군사강국인 대한민국은 수십 년째 북한보다 수십 배 많은 국방비를 퍼붓고도 북한의 군사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위태로운 처지이다. 대한민국에서 군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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