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부터 북핵·방역 기싸움

김유진 기자 2023. 1. 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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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부 장관이 전화 통화를 갖고 건강하고 성숙한 양국관계 발전을 재확인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코로나19 대응을 놓고는 입장 차를 노출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이 지난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박 장관이 최근 우리 정부가 시행한 중국발 입국자 규제 강화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취해졌다는 점을 친 부장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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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친강, 현안 입장차 뚜렷

양국 관계발전 재확인하면서도

박장관, 북한 비핵화 ‘중국 역할’ 거론

친부장, 중국발 입국자 규제에 항의

한·중 외교부 장관이 전화 통화를 갖고 건강하고 성숙한 양국관계 발전을 재확인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코로나19 대응을 놓고는 입장 차를 노출했다. 미·중 대립이 장기화하는 국면과 맞물리면서 첫 접촉부터 서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은근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보여 향후 한·중 관계 전개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오후 8시 30분부터 약 50분간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 취임 축하를 겸해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이 지난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의 공감대를 이행하기 위한 협력도 재확인했다. 연배로 보면 박 장관이 66세, 친 부장이 56세로 10년 차이다. 둘 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친 부장은 경제 보복까지 동원해 국익을 관철하는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외교부 대변인 근무 당시 자국 입장을 강경하게 표명하는 발언들로 ‘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박 장관은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다.

이날 양측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국내 방역 조치 강화 등의 현안을 놓고선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다. 박 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에 나서게 하는 것은 한·중 간 공동이익”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에 반대하는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대신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친 부장은 한국이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임시 제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한국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갖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항의성 발언인 셈이다. 친 부장의 이 같은 언급은 우리 측 자료에는 담기지 않았다. 다만 외교부는 “박 장관이 최근 우리 정부가 시행한 중국발 입국자 규제 강화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취해졌다는 점을 친 부장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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