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시금치와 통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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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가 '철분의 왕'이라는 이야기는 과학 역사상 가장 터무니없는 오류로 꼽힌다.
시금치 100g의 철분 함유량이 3.5㎎에서 35㎎으로 둔갑했다.
'윌 로저스 현상'이라는 교묘한 통계 조작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이 말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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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고문
시금치가 ‘철분의 왕’이라는 이야기는 과학 역사상 가장 터무니없는 오류로 꼽힌다. 시작은 사소한 실수였다. 1870년 독일의 화학자 에리히 폰 볼프가 논문을 쓰다 깜빡하고 소수점을 빼먹었다. 시금치 100g의 철분 함유량이 3.5㎎에서 35㎎으로 둔갑했다. 20년 뒤 스위스 생리학자 구스타프 폰 분게가 기름을 부었다. 생시금치가 아니라 말린 시금치로 분석 실험을 한 것이다. 시금치 수분은 90%가 넘는다. 다시 한번 철분 함유량이 10배 뻥튀기됐다.
통계는 마법을 부리기 일쑤다. 한 학교가 20명의 학생을 성적 50∼60점은 A반, 90∼100점은 B반으로 절반씩 나눴다고 치자. 교장이 B반의 90점 학생을 슬쩍 A반으로 옮기면 통계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 학교는 A반도, B반도 평균 성적이 크게 올랐다”고 우길 수 있다. ‘윌 로저스 현상’이라는 교묘한 통계 조작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이 말썽이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가격 등 핵심 수치들을 고의적으로 마사지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던 강신욱 전 통계청장, 4차례의 아파트값 급등 시점마다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를 입력한 부동산원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한번 각인된 ‘시금치=완전식품’ 기억은 좀체 수정되지 않았다. 만화영화 뽀빠이가 시금치 신공을 뽐냈고,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려는 부모들은 순종적 맹신에 사로잡혔다. 철분 함량만 따지면 브로콜리가 더 많다. 그런데도 시금치는 뉴욕타임스 선정 ‘10대 슈퍼 푸드’에 올랐다. 해피엔딩이다. 칼슘, 비타민A 등을 골고루 함유한 덕분이다.
“통계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 스웨덴 수학자인 안드레예스 둔켈스의 명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희생양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정부 믿었다가 벼락거지” “고금리로 영끌거지”라는 비명이 가득하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친문 고민정 의원이 물타기에 나섰다. 감사원을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정치보복과 충성심을 비뚤어지게 발현하는 막가파 기관”이라 뒤집어씌웠다. 그러나 2년 전 기억은 잊은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임명하면서 “균형감 있는 식견과 탁월한 업무 역량”이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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